소리없이 피는 꽃 (외 1편)□ 김동진

2024-06-07 09:22:40

새가 울고 꽃이 피여 봄내음이 물씬 풍기는 화창한 봄날입니다.

진달래와 개나리, 살구꽃과 앵두꽃이 앞장을 서더니 그 뒤를 이어 산과 들에는 천만가지 어여쁜 꽃들이 다투어 피여납니다.

다투어 핀다고 하여 개구쟁이처럼 까불고 떠들면서 핀다는 말이 아닙니다. 꽃은 한마디 소리도 없이 조용하게 봄날의 주어진 질서에 따라 피여납니다. 적당히 따스하게 비추는 해빛과 적당히 내리는 보슬비와 적당히 부드럽게 불어오는 실바람을 먹고 어여쁘게 통통한 꽃망울을 터뜨린답니다.

사람 사는 세상이 아무리 소란스러워도 꽃은 호들갑을 떨거나 떠들지 않습니다. 누가 만약 한줌 흙을 딛고 주어진 삶을 살면서 말 한마디 없이 조용히 아름답고 향기롭게 살아가는 본보기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꽃이라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꽃은 울어도 소리가 없고 웃어도 소리가 없습니다. 울음은 속에다 감추어두고 웃음은 입에다 머금고 있을 뿐입니다. 꽃의 길은 소리없이 왔다가 소리없이 떠나가는 길이랍니다. 그러하기에 꽃은 죽어도 소리를 내지 않습니다.

꽃은 또 소리없이 향기를 풍깁니다. 꽃을 바라보는 우리의 눈과 마음이 마냥 즐거운 것은 바로 아름다운 미소와 향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모두 이런 꽃을 따라배워야 하겠습니다. 성적을 조금 내고는 남이 모를가 봐 돌아다니면서 자랑하기를 좋아하는 사람과 습관적으로 떠들기를 좋아하고 허풍치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소리없이 피는 꽃 앞에서 모름지기 자신을 한번쯤 반성해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나는 이 봄에 천자만홍으로 소리없이 피여나 향기와 미소를 보내주는 대자연의 꽃을 보면서 전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한가지 도리를 알게 되였습니다.

꽃이 있기에 세상은 한결 아름답습니다. 70억 인구가 살고 있는 우리 지구촌이 보다 아름다워지고 향기와 미소가 가득하려면 꽃 같은 사람이 많아야 한다는 것을.

내가 닮고 싶은 것

……………♥……………


나에게는 이것저것 닮고 싶은 것이 상당히 많다.

우선, 뿌리 깊은 나무를 닮고 싶다.

폭풍과 폭우에도 끄떡하지 않고 벌거숭이로 섭씨 령하 30도의 추위를 이겨내는 나무, 여름이면 새들의 보금자리가 되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사람들의 더위를 식혀주는 나무,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좋은 일만 하는 그런 나무를 닮고 싶다.

다음, 항시 즐거운 시내물을 닮고 싶다.

슬픔과 실망을 모르고 밤낮으로 즐겁게 노래 부르는 시내물, 천리만리 가는 길이 아무리 멀다 해도 한번 먹은 마음 변함이 없이 가없이 푸른 바다를 향해 쉬임없이 흘러가는 시내물, 그런 시내물을 닮고 싶다.

그다음, 이름 모를 작은 풀꽃을 닮고 싶다.

길가에 피여나 오가는 길손들에게 작은 미소와 향기를 안겨주는 풀꽃, 모양이 작고 수수하여 눈부시게 화사하지 않아도 위축됨이 없이 당당하게 살아가는 풀꽃, 때로는 무정한 사람들의 발에 밟히고 수레바퀴에 깔리여도 강한 생명력으로 죽지 않고 다시 머리 들고 미소하는 작은 풀꽃, 그런 풀꽃을 닮고 싶다.

그리고 또 천만년을 드팀없는 바위를 닮고 싶다.

뢰성벽력이 아무리 사나워도 낯색 하나 변함이 없는 바위,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아도 불평을 부리지 않고 굳게 다문 입으로 듬직함을 보여주는 바위, 그런 바위를 닮고 싶다.

  정말이지 자연에는 내가 따라배우고 닮고 싶은 것이 너무너무 많다. 눈부신 해님, 시원한 바람, 푸른 잔디, 반짝이는 별, 붉게 타오르는 아침노을 이 모든 것들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모두 닮고 싶다. 좋은 것을 닮고 싶다는 말은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말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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