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외 3수) □ 리기준

2024-06-21 09:45:50

봄을 먼저 알리기 위해

지난 밤도 지새며 꽃피웠네


남 먼저 님을 반기기 위해

홀로 지낸 밤 그 얼마였더냐


보고 보아도 모자란 님

숭고한 사명의 길이기에

가시는 걸음마다 꽃향기 풍겨주리


주고 주어도 모자란 님

고요한 밤하늘 반짝이는 꽃별되여

가시는 길에 밝은 희망 비춰주리


봄을 걸으며


파란 물감 든 강물에

따스한 해빛 반짝거리고

굳잠에서 깨여난 령혼

뜨거운 심장 푸르다


숨가쁘게 봄을 맞는

새소리 물소리

귀에 간지럽다


먼길 달려온 만큼

봄은 길지 않다


들에는 이름모를 풀꽃들

불 붙어 반겨주고

대화도 나누어주며

새 세상 새 모습으로

좋은 길 걸으라 바래준다


데워진 해빛 해죽거리고

심장이 설설 끓는다


들길도 좋고

오솔길도 좋고

곧은 길도 구부러진 길도

다 좋다


산을 만나면 산시

강을 만나면 강시

이 봄을 그렇게 걸어야 겠다


나의 꽃


나의 꽃 나의 사랑은

이쁜 얼굴에 화사한 입술 자랑하는

허리춤에 가시를 감추고 있는 장미가 아닙니다


나의 꽃 나의 마음은

서늘한 창가에 소리없이 다가와

꿀 같은 속생각을 정겹게 속삭이는 따스한 고백입니다


나의 꽃 나의 지조는

밤이면 밤마다 어김없이 취하지만

향기만은 감출 수 없이 피여나는 사랑의 언약입니다


나의 꽃 나의 정감은

구름의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로지 그대만을 향해 열려져있는

꽃술입니다


나의 꽃 나의 아픔은

그대만을 향하는데 그대의 허락을 받을 수 없어

밤낮없이 사랑의 갈증을 호소하는 사랑의 통곡입니다


나의 음악회


우르릉-

시작을 알리고

도-레-미-

서곡이 울리니

똑-똑-

작은 방울 내린다


빨라지는 박자

굵어지는 방울

베란다에 앉아 눈 감고

나는 피아노를 친다


우르릉-꽝-

하늘을 가르고 구천에서

장대 같은 비방울이 파도치며 내린다


때로는 고음이다가 절주 있게

때로는 저음이다가 박자 맞춰

장음이다가 단음이다가

화음이 곱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내리는 비

가지고 싶은 것 다 내려주고

맞고 싶은 것 다 맞아주며

산천을 울리고 바다를 노래한다


번쩍, 번쩍

무대 배경이 바뀌며

눈을 뜬 나


우르릉-번쩍

시공간의 탄생을 알리듯

생명의 기원을 알리듯

곡선처럼 아름다운

지나온 길들이 되살아나고

밝은 손금이 펼쳐진다


번쩌적, 꽝-

번쩍, 꽝-

천둥과 번개치는 벌판

피아노를 치며

홀로 날아간다


우르릉-

약해지며 멀어가는 저음 속에

블랙홀을 통과한 듯

고운 하늘에 쌍무지개 찬란하고

아득한 사막에 새하얀 눈꽃이 피여나며

  상현달 눈섭 우에 하얀 새 날아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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