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외 8수)□ 김정권

2024-06-28 10:07:24

올 때는 주먹 쥐고

하늘과 덤비더니


갈 때는 바람밖에

잡은 게 없는 것을


인생도

그와 같아서

빈손으로 가더라



흰구름 한점


물레는 낡아있고

소리는 쉬였는데


티 없는 저 햇솜은

왜 저기 놓여있나


누이야

반지고리에

담겨있던 마음아



오월


오얏꽃 벙글더니

오월이 손 젓는가


손에는 흰 손수건

구름과 같이 놀제


나비도

덩달아 와서

꽃잎인척 하노매



락수물


하늘도 한슬픔을

감추지 못하는가


이 한밤 락수물은

줄줄이 내리는데


밤비에

우는 새 있거든

나인 줄로 아소서



맛조이


님마중 간다 하니

어느새 눈치챘나


저고리 고름 날려

버선발 나섰는데


님 먼저

맞아주는 건

저 산동네 달일세



어매야


어매야 울 어매야

울라고 울어맸냐


젖물은 없으면서

눈물은 그리 많노


차라리

그 눈물에다

설음 말아 먹어라



빈그릇


그릇은 비였는데

개미떼 몰려오네


꿀벌이 냄새 맡고

입술을 감빠는데


한걸음

늦은 나비가

헛발질만 해대네



청산의 향기



저 산에 솔잎 돋아

궁노루 찾아올제


명월도 놀러와서

구름과 같이 논다


청산아 노루는 두고

향기만은 날 다오



봄편지


산곡간 시내물에

그 누가 련서 쓰나


순희의 영근 마음

별인 양 글발 접어


살구꽃 고운 입술로

꽃잎우표 붙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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