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리 (외 8수)□ 김정권
올 때는 주먹 쥐고
하늘과 덤비더니
갈 때는 바람밖에
잡은 게 없는 것을
인생도
그와 같아서
빈손으로 가더라
흰구름 한점
물레는 낡아있고
소리는 쉬였는데
티 없는 저 햇솜은
왜 저기 놓여있나
누이야
반지고리에
담겨있던 마음아
오월
오얏꽃 벙글더니
오월이 손 젓는가
손에는 흰 손수건
구름과 같이 놀제
나비도
덩달아 와서
꽃잎인척 하노매
락수물
하늘도 한슬픔을
감추지 못하는가
이 한밤 락수물은
줄줄이 내리는데
밤비에
우는 새 있거든
나인 줄로 아소서
맛조이
님마중 간다 하니
어느새 눈치챘나
저고리 고름 날려
버선발 나섰는데
님 먼저
맞아주는 건
저 산동네 달일세
어매야
어매야 울 어매야
울라고 울어맸냐
젖물은 없으면서
눈물은 그리 많노
차라리
그 눈물에다
설음 말아 먹어라
빈그릇
그릇은 비였는데
개미떼 몰려오네
꿀벌이 냄새 맡고
입술을 감빠는데
한걸음
늦은 나비가
헛발질만 해대네
청산의 향기
저 산에 솔잎 돋아
궁노루 찾아올제
명월도 놀러와서
구름과 같이 논다
청산아 노루는 두고
향기만은 날 다오
봄편지
산곡간 시내물에
그 누가 련서 쓰나
순희의 영근 마음
별인 양 글발 접어
살구꽃 고운 입술로
꽃잎우표 붙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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