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층 의사네□ 박일

2024-08-02 09:14:26

아빠트 18층엔 의사네 부부가 살고 있었다.

남편과 안해는 모두 병원의 의사이고 열살 나는 아들애 또한 귀엽고 총명하여 이웃에서 모두 부러워하는 가정이였다. 그런데 어느 날 아침, 이 집에는 마치도 무서운 지옥의 문턱에 한발 들여놓은 듯한 놀라운 일이 벌러졌다.

고개를 숙이고 아래를 내려다보면 땅에서 걸어다니는 사람들이 개미처럼 작아보이는 아찔하게 높은 18층에서… 그것도 반쪽 창문을 활짝 열어놓은 객실의 창턱 우에 글쎄 아들 몽이가 오또기처럼 서있었던 것이다!

— 앗!… 너… 너?

주방에서 무심히 객실로 나오던 안해가 창턱 우에 올라선 아들을 보자 몸이 오싹 오그라들고 다리가 떨려 그자리에 퍼질러 앉아버렸다.

— 어엉?… 야!

서재에 있던 남편도 안해의 새된 소리에 놀라 객실로 뛰여나오다가 아들을 보는 순간, 그만 불에 덴 황소처럼 어쩔 바를 모른다.

— 아빠두 그 자리에 서!… 나한테로 한발짝만 다가오면 난 곧바로 밖으로 뛰여내릴 거야!

— 그래, 그래… 다가가지 않을게!

아들이 하는 소리에 남편도 풀썩 방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 엄마, 아빠! 다 미워!

목에 피대를 세운 몽이는 창턱 우에서 제멋대로 몸을 흔들어대며 소리를 질렀다.

— 몽이야 너무 격동하지 마, 응?!

— 무슨 일인지 제발… 그 창턱에서 내려와 우리하고 차근차근 이야기하면 안되겠니?

— 안돼!

몽이는 이번엔 그 높은 창턱에서 한쪽 다리를 들었다 놓으며 발까지 쾅! 굴렀다.

— 몽이야? 그럼 그렇게 무섭게 서있지 말고 엄마 아빠를 향해 창턱에 살짝 앉으면 안될가?

— 싫어!

몽이는 고집스레 도리머리를 저었다.

— 몽이야! 아빠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지 너도 알잖아?…

— 아니!

— 몽이, 너 왜 그래? 네가 정말…

— 내가 정말 여기서 떨어지면?…

— 우리 몽이 절대 그러지 않으리라 믿는다만 네가 정말 그런다면 이 아빠도 곧바로 그 창문으로 이 몸을 내던질 거야!

— 정말?… 그럼 엄마는?

— 몽이야! 나도 너의 아빠와 꼭 같은 심정이야… 네가 없는 세상을 난 정말 상상조차 할 수도 없어…

— 그럼 내가 죽으면 엄마도 죽을 거야?

— 호호, 머리 좋은 우리 몽이 그런 바보짓을 왜 해? 안 그래? 잠간 울화가 터지는 일이 생겨 높은 창턱 우에 한번 올라서 봤을 뿐인데… 그렇지?!

— 아니야! 엄마 아빤 모두 거짓말쟁이야!

— ?

— 엄마 아빤 리혼했잖아! 리혼! 방금 전에 엄마가 주방에서 전화하는 걸 다 들었어…

— 오, 그랬구나! 미안하다. 몽이야!

— 얼마 전 밤중에 화장실에서 아빠가 엄마랑 언성을 높이는 것을 난 다 들었어… 그때부터 아빤 엄마하구 같이 자지 않구 서재에서 따로 잤구… 그러고도 엄마 아빤 아무일 없는 것처럼 매일 내 앞에선 연극을 하고… 내 다 알아. 난 이 세상에 엄마도 하나고 아빠도 딱 한사람 뿐이라고 말했잖아, 그러니 제발 엄마 아빠 갈라지지 말고 우리 셋이 같이 살자고… 그렇게 흑흑… 그렇게 애걸했는데도… 끝내… 끝내 어… 어엉!

몽이는 고개를 탈며 슬피 울었다.

— 정말 잘못했다. 몽이야! 엄마가… 엄마 구실 못해서 몽이 여린 가슴에… 가슴에… 멍이 들게… 어흐흐흑!

안해도 주먹으로 가슴을 때렸다.

— 여보, 몽이 엄마!… 다 내가 잘못한 탓이야. 내가 당신한테도 우리 몽이한테도 죄를 많이 지었어… 그러니 날 용서해주오!

찰나, 이렇게 말하던 남편이 갑자기 가슴에 손을 얹으며 맥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 여봐요, 몽이 아빠?… 몽이 아빠!

안해가 눈을 감으며 한옆으로 쓰러지는 남편을 다급히 부른다.

— 울 아빠 왜 그래?

— 너의 아빠 갑자기 큰 충격을 받아 심장병이 발작한 것 같구나… 몽이야 어서, 어서 내 방에 가 옷걸이에 걸어놓은 약가방을 가져다주렴!

쌔앵-

어느새 창턱 우에서 내려온 몽이는 정신없이 엄마방으로 달려갔다.

방금 남편이 용서를 빌 때 자기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눈 한번 끔뻑하더니 뒤이어 손으로 가슴을 꾹 누르는 걸 보고 진작 눈치를 챈 안해였다.

— 몽이 아빠! 당신을 배신하고 이 가정을 파괴한 사람은 전데 어쩜 당신이 잘못을 떠안으며 몽이 앞에서 엄마 체면을 세워주네요… 고마워요!

— 됐어 그만, 애가 듣겠어!

  남편은 얼른 손으로 입을 가리는 시늉을 해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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