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이 푸르게 펼쳐진 바다
하늘과 어울려
한집 식구 되였구나
뜨는 태양 받들어 올려주고
지는 해를 포옹하는 황홀경
웅위롭고 장엄하다
엄청 큰 대야에 담긴 물결일가
비와 샘물이 모여 넘실대는 파도
하얀 모래가 밀려가는 바다가에서
두 발 적시며 서있으니
친절하고 눈에 익다
내 작은 발 간지럽히며 흘러간
동구 밖의 맑은 시내물이
여기 바다로 흘러왔나 봐
새파란 바다물에
푸르디푸른 바다물에
내 청춘도 섞이였나 봐
지나온 세월의 이야기
여기 바다로 흘러온 것일가
아득히 펼쳐진 그릇에
많이도 담았구나
끝간데 없는 바다
흘러간 날들이 여울친다
맨발로 백사장 밟으며
손잡고 속삭이는 련인들
부러운 눈길 그들을 따라간다
나도 저런 시절 있었으련만
지나온 세월 돌이킨다
허허로운 바다 돛배에 몸을 싣고
노젓는 법 익히며
짜고 쓰고 떫은 맛 흘러보냈다
뭇사람들 알아주는 나로 되였다
서로 잇닿은 하늘과 바다
예전부터 부부였을가
떨어지지 않고 다정도 하다
세상 모든 것을 포용하여
드넓은 바다 우에
물결따라 오르내리며
하얀 돛배 드나들고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 밑은
집채 같은 고래와
물고기 무리의 보금자리거니
오늘도 예쁜 동화를 엮어간다
신비스럽고 매력 있는 바다
거세찬 태풍에 천신만고 겪으며
하늘에 맞대일 듯 표효하다가도
저렇게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어
모든 생령들을 포근히 안아준다
나는 지금 바다와 마주서있다
란초꽃이 필 때
ㅡ 딸에게
이 세상에 네가 오던 날
축복이 무더기로 쏟아졌지
해빛은 금가루로 부셔져내리고
창턱의 란초꽃이 빨갛게 피여났지
모든 엄마들처럼
하늘땅이 맞붙는 고통의 끝에
너는 내 품에 오면서
온 세상을 통째로 안겨주었더라
너와 같이 나도 커갔다
배우며 성숙했다
책임이란 것을 배우고
현실을 마주하고
하나씩 해결하는 법을 배웠다
조건 없이 사랑을 주는
모성애를 배우고
마른일도 궂은일도
이겨내는 법을 배우며
하루하루 엄마로 커갔다
해살이 고운 날도 있고
비바람이 세찬 날도 있었거니
내가 절망의 바닥까지 닿았을 때
너는 머리 우의 빛이 되고
다시 일어서는 힘이 되였거니
몸이 처지고 마음이 지칠 때
작은 네 손이 나를 일으켜주었다
착하게 커온 네가
대학입학통지서를 받던 날
세상은 다시 밝게 빛났다
지난해 가을
시골엄마에게 바다를 보여준다고
드라이브로 좋은 경치 구경하고
하얀 돛배를 타고
바다의 푸른 물결도 갈랐거니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겼다
귀가에는 아직도
애기 적 네 목소리 맴도는데
바야흐로 너도 이젠
마흔고개 향해 가고 있구나
평범하지만 색채가 있는 삶
평안과 사랑이 동반한 길을
걸어가고 있구나
눈꽃이 날리는 오늘
창턱의 란초꽃 빨갛다
딸아 네가 오던 날도
란초꽃이 곱게 피였지
그래서 네가 보고 싶은 날으면
란초꽃 본다
그렇게 정겹고 이쁜 란초꽃
오늘도 란초꽃 바라보며
네가 오던 그날을 돌이켜본다
산촌설경
눈이 내린다
소복소복 흰 눈이 내린다
산간마을 오붓한 동네를
새하얀 이불로 덮어준다
언덕의 소나무엔
하얗게 배꽃이 피여나고
마을 앞 논벌에는
송이송이 목화꽃이 피여난다
이렇게 눈이 오는 날은
참새들은 처마 밑에 숨어들고
동네 강아지들이 즐겁다
골목길에서 쫓고 쫓기며
발목을 덮는 흰 눈을 밟아
동구 밖에 뻗어간 두줄기 발자국
커다란 발자국 앞장서고
자그만한 발자국 뒤따라
마을 밖으로 찍힌 발자국에
깨알이 폭폭 담겨있다
하늘의 흰구름 부서져 날리는가
대지의 모든 것들에
생의 활력을 골고루 부어주며
백옥 같은 흰 눈이 내리고 내린다
희뿌연 눈발 속에
산인지 마을인지
모두다 어슴푸레 보인다
세상이 온통 하얗다
먹이 찾는 꿩이 꾸엉꾸엉
산골짜기 고요를 깨울 때
나는 빨간 벽난로 마주하고
창밖에 내리는 눈을 바라본다
산촌의 정다운 설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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