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엽 잠자리 (외 9수)□ 정호원

2024-08-29 17:09:00

그늘을 담요 깔고 바람결을 이불 덮어

최후를 품었던들 어찌 감히 눈 감으랴

겨드랑 해빛을 꺼내 머리맡에 불 켜다


채 못핀 꽃을 두고 떠나온 몸 시름겹고

설익은 똘기 한톨 보기조차 죄스러워

잠들면 악몽 꿀가봐 밤새는 줄 뉘 알랴


이슬을 감빨아도 우듬지의 향기 연설

뿌리의 팔베개에 솔솔 게든 개미 따라

물안개 치마를 벗어 개잠 자라 덮는다



어머니 일생


삯김에 터진 손금 호미자루 지우개다

해달에 성긴 백발 머루 강태 염색제다

물새가 물고 온 안개 고의춤의 혁띠다



불행중 다행


낮에는 버려져도 밤중에는 남았으니

빛끼리 똬리 틀어 해달 동이 이는구나

떠나도 기다림 남아 솟을 곳이 마루다



노박혀 딸려


쪼개도 한데 뭉쳐 축냈어도 샘솟아나

대체로 참사랑은 엉킨 족족 덧셈하매

손벽이 마주쳐서야 노래하는 원리다



천년송 아래


백년을 잠자다가 천년만에 새날 맞다

하늘을 떠인 대로 가지 어깨 결렸다고

낮달도 구부정하게 허리께를 괴노라



별당 대장간


망치가 머리 들고 쇠모루가 꼬리 사려

선키를 낮춘 죔틀 입을 다문 불갈고리

자루가 모루 타고서 룡춤 추는 낮이다



뚝별스럽다


사위니 숯불인데 소스라쳐 진달래다

화로가 무덤일 때 산자락은 요람 발치

집 밖이 방안이던 날 추위 더위 얼뜨다


웃다가 다문 입술 못 본듯이 감은 눈매

얼어도 피는 날을 품이 꺼낸 첫봄 리본

초겨울 갈멍덕 쓰고 더워 찾는 부채다



강 건너 불구경


팔짱을 끼고 보는 쪽배 건너 불구경에

저놈도 뒤짐 지고 이쪽 화재 마실돌이

강 건너 불구경이란 중 팔리고 절 팔기


불난 데 풀무질해 불난 집에 키 들고 가

나루터 사이 두고 수수방관 망측하다

강 건너 불구경으로 벼룩빈대 되살기



대잔치 파티


여름의 부엌에서 달아오른 혹서 찜통

가을의 응접실에 초대된 건 당과류들

제가끔 한풀 꺾인 채 동구리에 모이다



걸러낸 빈축


물빠짐 좋은 상추 늙마되니 앉은장군

식탁에 올랐던들 주름껍질 입맛 잃어

섣부른 쌈밥 나르니 손가락이 수저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崔美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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