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다
황금물결 출렁이는 내 고향에
환락의 9월이 왔다
9.3의 희열을 안고 왔다
9.3은 명절이다
근로 용감하고 정직 선량한
연변인민의 명절
하늘 아래에 단 하나 뿐인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의 명절이다
울려라 북장구를
불어라 장새납을
튕겨라 가야금을
돌려라 장상모를
9월이다
자치 기발 휘날리는 내 고향에
축복의 9월이 왔다
9.3의 감격을 안고 왔다
9.3은 생일이다
우리 민족 이름으로 새겨놓은
자치주의 생일
그 이름도 자랑스러운
중국 길림성
연변조선족자치주의 생일이다
가을의 어깨에 기대여
또 가을이다
가을의 어깨에 기대여
높이 들린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청자빛 명상에 잠겨본다
높음과 푸름을 안고 깊어가는 가을도
겨울의 차거운 대문을 열고
옷섶에 감추어두었던 구름을 꺼내
하얗게 가루를 내여 허공에 뿌릴 거다
고요로운 시공 속의 꿈나라에서
비둘기처럼 평화로운 내음을 풍기면서
지면과 살가운 대화를 나눌 거다
또 한번 가을이다
가을의 어깨에 기대여
아직까진 생생하고 탱탱한
하늘의 파아란 젖가슴을 바라본다
묻노니 가을하늘이여
다치면 푸른 물이 흘러내릴 것만 같은
천고마비의 가을하늘이여
언제나 이렇게 푸르러다오
산과 강과 그리고 땅
면면히 뻗어내린 저 산발과
유유히 흘러가는 저 강물과
가슴으로 보듬은 이 땅이
조선족이라는 민족을 키웠소
녀인네들 머리에는 뫼산자 보따리
남정네들 잔등에는 구럭짐 쪽지게
토스레옷에 미투리 신고
피눈물의 오랑캐령 넘어왔지요
산설고 물선 땅에
희망을 심어
사랑을 심어
생존의 뿌리를 박은 백수십년
우리는 이렇게 태여났다오
저 산봉의 의젓함과
저 가람의 말쑥함과
저 벌판의 순후함을
그대로 물려받은 생명들
바깥세상은 우리를 불러
연변사람이라고 하지요
가을바람
바람이
우수수
락엽의 노래를 부른다
논판에는
베여서 묶어놓은 가을이
누우런 벼단으로 총총하다
가을은 아마도
쭉정이를 날려보내고
알맹이를 남기려고
서늘한 바람을 불렀나 보다
가을바람의 손에는
알맹이의 무게를 가늠하는
서늘한 저울이 있거니
속은 비여가지고
머리를 잔뚝 높이 추켜든
모든 건방진 오만은
가을바람 앞에서
무릎을 꿇어야 하리라
높이 들린 하늘을 쳐다보며
여기 장백의 하얀 마을이
탈피하는 배암처럼
가난에 찌든 허물을 벗어놓고
높이 들린 하늘을 쳐다보며
행복에 젖은 웃음을 짓고 있다
백성이 잘사는 길을 생각하느라
밤을 새우는 밝은 등불을
저 하늘의 별들이 보았더라
산간의 종소리가
누구를 위하여 울리는지
시골의 새날이
누구를 위하여 밝아오는지
다시금 가슴 깊이
아로새겨보는 오늘
좋구나
장백의 하얀 마을 처마 밑에
사랑의 둥지를 틀고
맑게 개인 하늘로 날아오르는
초요새(小康鳥)의 깃 터는 소리!
가슴을 헤치고
높이 들린 푸른 하늘 아래
땅이 꺼지게 주렁진 오곡백과
아름이 버는 풍요한 재부 앞에
자비를 베풀 줄 아는 가을이 있다
금풍에 부푼 가슴을 헤치고
해달의 은정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더러는 대지의 품에 돌려보내고
더러는 바람의 손에 쥐워주고
더러는 중생들 주머니에 넣어주면서
아름다운 마음비우기를 하는 거다
그리고 나서 후회 없는 작별의 고개를
가벼운 걸음으로 넘어가는 가을은
가슴을 활짝 열고 마음을 비웠기에
몸도 가볍고 걸음도 가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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