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모스 (외 4수)□ 리종화

2024-10-25 09:06:23

나비가 날아드는 사연이

얼마나 궁금했으면

마실 가던 흰 구름마저

멈칫멈칫 내려다볼가


여덟쪽 꽃잎 입에 물고

스치는 바람따라 바장이며

하고픈 말은 뭣이더냐


고향벌에 가을이 오면

지난 옛일 잊을 수 없어

또다시 찾아왔노라

수줍게 웃는 아가씨야


노을 물든 언덕길에

덜컹대는 아버지의

소달구지 소리에 맞춰

한들한들 머리 저어주던 너


오늘은 또 누구를 기다려

웃으며 서 있느냐

오래 보면 볼수록

내 고향 순이와 선이 같은 꽃이여



료양원 간병인


가늘고 긴 다리마저 시든

거미꽃들이 모인 화원에

흰 나비들이 날아와

꽃잎에 말라붙은

꿀 자국을 닦아준다


한때 내노라

잘 나가던 꽃들의 향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고

다 파 먹힌 가냘픈 등에

제 구실 못하는 사지는

흰 나비가 대신해 줘야 한다


하늘을 날던 나비는

자존심마저 버린 듯,

배설물로 범벅이던

꽃잎은 깨끗해졌어도

흰 나비는 떠나지 않고

꽃들의 곁을 지켜준다



가을 나무를 보며


사정없이 몰아치는

찬 서리의 담금질에

시나브로 물든 나무잎은

울긋불긋합니다


금새 떠미는 찬 바람에

파르르 떨며 나무잎들은

하나 둘 땅에 내리고

나무가지는 앙상한 몸을

휘청 휘청입니다


자식들이 하나 둘 커서

떠나갈 때마다

오래오래 배웅하던 어머니,

그 어머니도 이제는

가을 나무처럼 수척합니다

어머니처럼 봄 여름 가을을

참으며 살아왔을 가을나무,

잔잔히 밀려드는 바람에

나무잎 되여 훨훨

하늘을 날아보고 싶어라



자전거 두바퀴


가는 길마다

외로운 혼자가 아니였다

누구든 밟아주면 천리길도

함께 달려가는 부부였다


마냥 순풍일 순 없기에

비 오나 바람 부나

항상 동고동락이였다


손 한번 잡지 못해도

떨어져서는 못 살아

가벼워도 무거워도

가는 길은 언제나 함께였다

자식 뒤바라지에

바퀴처럼 돌아치던

어버이 가는 길은 힘겨웠다



커피


아닌 밤 잔잔한 밤빛 호수

사기 백자에 앉아

터프하게 후각을 간지르며

다가서는 허스키한 내음


조용히 헤쳐온

소용돌이에 휘감긴

그윽하고 차분한

밤안개처럼 소복하다


심쿵하는 멜로디의

깊이를 음미 하느라면

다셔지는 입술마다

헤여나기 힘든 오아시스여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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