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가 날아드는 사연이
얼마나 궁금했으면
마실 가던 흰 구름마저
멈칫멈칫 내려다볼가
여덟쪽 꽃잎 입에 물고
스치는 바람따라 바장이며
하고픈 말은 뭣이더냐
고향벌에 가을이 오면
지난 옛일 잊을 수 없어
또다시 찾아왔노라
수줍게 웃는 아가씨야
노을 물든 언덕길에
덜컹대는 아버지의
소달구지 소리에 맞춰
한들한들 머리 저어주던 너
오늘은 또 누구를 기다려
웃으며 서 있느냐
오래 보면 볼수록
내 고향 순이와 선이 같은 꽃이여
료양원 간병인
가늘고 긴 다리마저 시든
거미꽃들이 모인 화원에
흰 나비들이 날아와
꽃잎에 말라붙은
꿀 자국을 닦아준다
한때 내노라
잘 나가던 꽃들의 향기는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고
다 파 먹힌 가냘픈 등에
제 구실 못하는 사지는
흰 나비가 대신해 줘야 한다
하늘을 날던 나비는
자존심마저 버린 듯,
배설물로 범벅이던
꽃잎은 깨끗해졌어도
흰 나비는 떠나지 않고
꽃들의 곁을 지켜준다
가을 나무를 보며
사정없이 몰아치는
찬 서리의 담금질에
시나브로 물든 나무잎은
울긋불긋합니다
금새 떠미는 찬 바람에
파르르 떨며 나무잎들은
하나 둘 땅에 내리고
나무가지는 앙상한 몸을
휘청 휘청입니다
자식들이 하나 둘 커서
떠나갈 때마다
오래오래 배웅하던 어머니,
그 어머니도 이제는
가을 나무처럼 수척합니다
어머니처럼 봄 여름 가을을
참으며 살아왔을 가을나무,
잔잔히 밀려드는 바람에
나무잎 되여 훨훨
하늘을 날아보고 싶어라
자전거 두바퀴
가는 길마다
외로운 혼자가 아니였다
누구든 밟아주면 천리길도
함께 달려가는 부부였다
마냥 순풍일 순 없기에
비 오나 바람 부나
항상 동고동락이였다
손 한번 잡지 못해도
떨어져서는 못 살아
가벼워도 무거워도
가는 길은 언제나 함께였다
자식 뒤바라지에
바퀴처럼 돌아치던
어버이 가는 길은 힘겨웠다
커피
아닌 밤 잔잔한 밤빛 호수
사기 백자에 앉아
터프하게 후각을 간지르며
다가서는 허스키한 내음
조용히 헤쳐온
소용돌이에 휘감긴
그윽하고 차분한
밤안개처럼 소복하다
심쿵하는 멜로디의
깊이를 음미 하느라면
다셔지는 입술마다
헤여나기 힘든 오아시스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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