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외 5수)□ 배성근

2025-01-03 07:40:37

색갈도 모양도 서슬 푸름도 없다

오로지 묵묵할 뿐이다


사랑도 미움도 인자함도 없다

오로지 지켜볼 뿐이다


서두름도 초조함도 오차도 없다

오로지 포용할 뿐이다


하지만 시간은 때가 되면

인간의 욕망과 쭉정이는

세월의 바람으로

가차없이 날려버린다



민들레


때 이른 봄빛에

노란꽃 피우고

긴 줄기 뻗어

일찌감치 머리 풀어

하얀 씨앗 저 바람에 날려보내고

대머리 신세로

앙상하게 서있는

민들레야


무슨 소원이

아직 더 남아있기에

온몸에 뽀얗고 쓰디쓴

점액 만들어내면서

푸른 치마자락 펼치고

땅거미처럼 버티고 있느냐


저 하늘나라 가신 엄마 얼굴 떠오른다



가을이 오면


가을이 오면

신작로 하얀 먼지 일구며

달리는 해방패 자동차

구수한 휘발유 냄새 뒤쫓던

소꿉시절이 그립습니다


가을이 오면

벤또 하나 들고

까만 감탱이 열매 찾아

옥수수밭 함께 헤매던

옥이가 사무치게 그립습니다


가을이 오면

환한 미소 짓고

대학 가는 아들 손 잡고

마을뻐스역까지 바래다주시던

어머님 얼굴이 보고 싶습니다


가을이 오면

첫 손주 안아보고 싶다며

만장같이 편지만 남겨놓고

하늘나라에 영영 가신

어머님 생각에 목이 멥니다



귀뚜라미 울음소리


초여름

풀밭에서 들려오는

귀뚜리미 울음소리는

모기불 피워놓고

별을 세던 시골소년 꿈의 불씨


한여름

풀숲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밤샘 뜨거운 사랑에 빠진

젊은 련인들의 충실한 파수군


늦가을

가랑잎 밑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마감하는 생이 아쉬워

반짝이다 사그라지는 처량한 반디불빛



아버지란


넘어질 수 없다

뒤에 어린 자식들이 있기에

회피할 수도 없다

앞에서 부모들이 지켜보고 있기에


지쳤다고 말할 수 없다

누구의 손을 빌릴 수 없기에

게으름을 피울 수도 없다

온 가족이 바라보고 있기에


아파서도 안된다

무너져서도 안된다

항상 두 손으로 슬관절을 추스르며

한 가족의 기둥으로 버틴다

강단으로 굽은 등을 꿋꿋하게 펴고

분투로 자아감동을 만긱하면서

눈부신 해살 향해 미소 짓는다



봄, 봄, 봄


봄, 봄, 봄

빨갛게 노랗게 하얗게

피여나는 꽃

온 겨울 자고 난 태동하는 땅의 황홀한 꿈

갖가지 꽃으로 만발하는 땅의 숙망


제철에 아롱다롱 피여나고

제철에 소리없이 떨어지는 꽃잎

순리 대로 살아가는

욕심 없는 대자연의 순결한 마음

아, 나는 그 꽃 그 마음과 함께 간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주소:중국 길림성 연길시 신화가 2호 (中国 吉林省 延吉市 新华街 2号)

신고 및 련락 전화번호: 0433-2513100  |   Email: webmaster@iybrb.com

互联网新闻信息服务许可证编号:22120180019

吉ICP备09000490-2号 | Copyright © 2007-

吉公网安备 22240102000014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