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에 떠어돌던 눈물이
상념의 꽃잎 되여 흩날리네
그날 그 산에서 나를 안아주던
부드러운 손길이 나를 부르네
어여쁨 자랑하던 너의 흑발이
하루밤새 홀연 백발이 되였구나
첫눈2
찬히 보면 눈 속에
길이 보인다
6각형의 순수를 흔들며
달려오는 소수레가 보인다
아버지, 어머니, 고향 사람들…
그네들의 세월이 맑게 출렁이며
흘러가는 강이 보인다
찬히 보면 눈 속에
꽃동네가 보인다
꿈처럼 고운 그녀의 미소가
하늘의 축복 안고 달려온다
그래서 첫눈은
눈이 아니고
하아얀 그리움이다
첫눈3
해마다 찾아오는 손님이지만
해마다 더 새롭다
부드럽고 하얀 손 흔들며
기억의 저편에 숨은 이름을
부르다 부르다 잠드는 꽃이여
해마다 만나는 손님이지만
올해따라 내 마음에
애달픈 그리움만
소복소복 쌓인다
설날
떡국 한그릇에 나이를 버무려 삼키다
쌈지돈에 해살을 얹어 건네다
해묵은 꿈나무에 새 년륜 그려가다
주름살 계곡에는
살구꽃 바람이 솔솔 불어오다
먼곳에서 달려온 성급한 바람이
푸르고 고운 날을 데리고
어디론가 도망치다
섣달 그믐날
폭죽이 터진다
나의 한해도 서운케 터져
연기 되여 사라진다
소시적엔 설날을 손꼽아 기다렸는데
얄밉게 덧쌓이는 년륜에 휘감겨
저 하늘이 휘청거릴 줄이야
폭죽이 터진다
내 마음이 터진다
섣달 그믐날이
달빛 속에 숨어
우두커니 나를 바라본다
신년 축배
옛 친구 새 친구 웃음소리에
가시 돋친 추위도 슬슬 도망친다
허망이라 하기에는 저 천공이
너무너무 푸르고
시 없이 살기에는 우리 인생이
너무너무 짧구나
이 밤이 찢어져
새벽이 돋아날 때까지
자, 비우자 이 술잔
돌처럼 단단하고
별처럼 아름다운
우리의 우정을 마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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