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속의 겨울숲(외 3수)□ 리성비

2025-02-14 08:19:57

가진 것은 다 주고

가진 것은 다 버리고

입은 것은 다 벗고

죽을 것은 다 죽었다


지난 가을

뜨거운 불볕에 타고 타서

누구라 없이 그을린 몸

화상 입은 나무들


눈 오는 날, 눈 맞으며

땀 흐르는 몸, 속적삼을 적시며

층층이 산을 오르고 있다


그네들의 거친 숨결소리가 산벼랑을 톺는다

그네들이 거친 발자국소리가 산마루를 넘어선다

아무런 리유도 원망도 없는

그네들에게는 더는 잃을 것도 없다


썩은 락엽 밑에서

대를 이어 뿌리내리고

꾸밈도 과장도 없이

묵묵히 삶의 뜻을 새겨가는 그네들


어쩌면 그네들 모두가

장백의 사내들이라는 느낌과

나도 그 속에 끼여있다는 느낌이다


먼 산들이

하나씩 둘씩 가까이 다가선다



눈 우에 눈 내리는 장백산맥


눈 우에 눈 내리는 장백산맥

꽃사슴 발자국이 송송 찍힌다


먼먼 전설처럼

멀리서 보면 하얀 눈 우에

까만 실선이 구불구불 뻗어있고

가까이서 보면 하얀 눈 우에

까만 점선이 곧추 뻗어있다


하늘땅 어데라 없이 백설천지

가늘고 긴 다리

세월의 자취


세월 가도 그냥 그렇게

삶을 고집스레 이어가는

어질고 착한 녀석


너와 함께 눈을 맞으며 걸어갈가나

펑펑 쏟아지는 눈 속을 걸어갈가나


소설 지나 대설에서

휘몰아치는 설한풍, 깊어가는 엄동설한

너와 함께 걸어갈가나


진달래꽃 붉게 또 붉게 피는

저 봄언덕 끝까지

너의 눈망울 들여다보면서 걸어갈가나


펄펄 날리는

눈발


가끔씩 어깨에 쌓이는 눈을 털면서

진실과 허무를 반추하면서

한발짝 두발짝 걸어갈가나



붉은 볏 딱따구리


눈 덮힌 장백 원시림

딱딱딱딱딱 뚝뚝뚝뚝뚝


이 산, 저 산에서

이 숲, 저 숲에서


천년 세월

속을 비운 고목들이

사방에서 가락 맞게 울린다


산의 소리, 산의 메아리

언젠가 절에서 듣던 목탁소리 같다


푸른 솔이 우거진 산벼랑 아래

까까머리 나무들이

일제히 몸에 묻은 눈을 털고 두 손을 합장한다



겨울 물안개


눈 내리는 겨울이면

기적처럼 살아나는 물안개


물 같은 눈을 뜨고 살아나

젖빛 안개자락 펼치는 물안개


산골짜기 타고 올라서며

산언저리도 끝자락도 바위도 나무가지도

골고루 적시는 물안개


입김이 닿는 곳마다

하얀 서리꽃 피우는 물안개


해 뜨면 방울방울

  서리꽃 열매가 맺히는 물안개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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