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노닐다(외 6수) □ 리임원

2025-03-28 08:41:00

가끔 시골길을 걷다 보면

달이 참말로 예쁘장하다

밝아와서 내 손을 잡는다


낮에 볼을 치던 바람도

달이 뜬 오솔길에서는 수줍움을 탄다


그리 살라,

왜 짧은 낮을

싱겁게 다 피지 못한 채

이리도 빨리 달과 동행하러 나왔냐고.




창밖에 하현달이 피여오르면

내 꿈은 한 사나흘 마르지 않은 채 엷어진다

가을이 오니

반쯤 비운

그리움

나머지 반은 아쉬움


아침


아침해가 기지개 켜니

모두가 뛰여 나와

탄성을 지른다


말랑말랑한 새순들이

수줍게 돋아

나와 시선이 마주친다


꽃피는 오월

만화방초가 무리 지어

만개하는 계절


계절이 나를

따라오라고

쫓아가자고

부르지만


어디 한번

피여나기가 그리 쉬운가


민들레


꼬불꼬불한 오솔길에

민들레가

황금빛 미소를 짓고 있어

따라갔더니

산들바람 알 수 없는 곳에

내가 심어졌다


여름나무로

환생하고 싶은 날


긴 밤 꿈에서

노란 백양나무 잎만

하염없이 떨어지는 강뚝길 우에

홀로 서성이는 나를 발견했다


파랗던 잎만으로도

뜨겁게 지지던 해를 가리던 작은 손에

겉잡을 수 없게 우수수 락화하더니

빵빵하던 더위가

모조리 빠져나간

당당하던 젊음이

나의 손가락 사이로

헐겁게 흘러 나간다


아, 다시 여름나무로 환생하고 싶은 날


잔을 기울이며


창밖의 예쁘장한 달을 바라보며

막걸리를 마시기가

얼마만이랴


홀로

폼나게 잔을 기울이는

이 밤

이 맛

흘러가는 구름에 돌을 던졌다

안해가 묻는다

세상이 작아보이냐고


정서통장


봄날 앵두나무 아래서

자지러지게 울음 울던 아기벌레들이

여름이 지나니 입을 닫아매고


나의 예금창고에

들어와서 입을 닫는다

나의 정서통장엔

가을 풀벌레 소리만 입금이 되고


추억을 저축하는 나의 예금통장 잔고엔

내 유년의 뜨락이

겹겹이 덧쌓여가고 있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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