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이 뜸한 오후 한시가 되면 옆가게 리아줌마는 꼭꼭 뒤에 놓인 쏘파에 기대여 낮잠을 쉬군 했다. 그때면 나도 졸음이 몰려왔지만 그 시간대면 마늘을 발라야 했고 도라지를 찢어야 했으니 나에게 낮잠이란 어림도 없었다. 낮잠이 부러웠던 그 시절, 내 삶이 하도 고달파 그렇게 자고 싶었지만 10분, 20분 낮잠도 잘 여가도 없었다.
그렇게 가게를 18년 동안 해오면서 언젠가는 나에게도 낮잠을 잘 수 있는 여유가 생기리라 희망을 품었다. 바라던 것들이 오늘따라 이루어지는 제2인생에 나에게도 달콤한 낮잠을 잘 수 있는 여유 있는 생활이 왔다.
두 다리를 쭉 뻗고 낮잠 삼매경이라니! 여유로운 한낮의 기분 좋은 낮잠은 오후 반나절을 넉근히 살아갈 힘이 생기게 한다. 제2인생에서 내려놓는 련습의 한 부분일 수도 있는 낮잠이 아닌가. 옛날에는 낮잠 자는 녀자는 게으르다는 평판을 받았다. 현대에는 낮잠이 몸과 마음의 건강에 좋고 또 작업에도 능률적이라 회사에서도 직원들이 점심식사 후 10분 내지 20분의 낮잠을 잘 것을 권장한다.
유명한 이딸리아 화가 다빈치, 영국 제61대─ 63대 총리였던 처칠이나 에스빠냐의 화가 피카소도 낮잠을 즐겼다 한다. 낮잠은 그 자체로 한가하고 평화롭다. 낮잠은 바쁜 일상에 가지는 휴지이며 충전이 아닐가. 오후의 낮잠은 내 하루 속에서 가장 유쾌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낮잠에서 깨여날 때의 몽환적 분위기는 아침에 잠에서 깨여날 때와 사뭇 다르다. 낮인지 밤인지 아리숭한 잠간의 착각이 술 한잔 한 후와 같다고나 할가. 낮잠은 단순히 자기 위한 낮잠이 아닌 여유롭고 한가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마음으로 가기 위한 삶의 자세가 아닌가 싶다. 지금의 나의 낮잠에는 그제날 내가 하교하고 돌아와 울바자에 책가방을 걸어놓은 후 자고 있는 돼지 배때기를 싸리꼬챙이로 긁어주던 것과 같은 느긋함이 있다.
20~30분 정도의 낮잠을 자고 깨난 후 기지개를 켜고 물 한잔 마시면 정신이 배꽃처럼 맑아진다. 점심식사 후 낮잠을 통한 뇌의 절전모드를 통해 그 이후 시간의 능률은 어떠할가? 생각만 해도 뻔하다. 기록에 의하면 낮잠은 사람에게 리로운 점이 많다고 한다. 적당한 낮잠은 혈압을 내려주고 기억력과 집중력을 증강하며 스트레스도 해소해준다. 낮잠의 시간은 마음을 가득 채우고 새로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무심한 듯하면서도 하루의 특별한 시간이 아닐가.
낮잠에는 깨여있는 삶이 있다.
그대여! 풀과 꽃들이 무성하게 자라는 밭머리에서의 낮잠을 자본 적이 있는가? 손에 꽃을 들고 꽃잎을 손가락으로 훑어보며 스스르 잠이 들던, 자연과 접촉한 평화로운 분위기 속 자연의 포옹을 받아본 적 있는가? 제2인생에 도착한 나는 오전에는 보통 독서하고 점심 후에는 집 뒤산 오솔길 옆 언덕 나무그늘 풀밭에 가 휴식을 취하다가도 자연에 호르르 취해 낮잠을 자기도 한다.
내가 누우면 풀도 눕고 내가 일어나면 풀도 일어나는 숲의 포근한 ‘함께’와 나무와 숲이 내뿜는 청결한 기운 속에서 푸른 하늘을 마주해 누우면 바람에 살랑이는 초록 잎사귀가 말을 건네오고 상추처럼 곱슬거리는 풀이 내 볼을 만지작거리면 문학작품이 저절로 구상되고 소재도 떠오른다. 바람에 흔들리는 머리카락도, 하늘에서 노니는 구름도, 시를 구상하며 흔들던 내 발도 시에, 수필에 살아움직이는 듯 묘사해넣고…
아, 풀밭에서의 낮잠은 그 휴식도 좋지만 잠들기 전 풍요로운 자연을 감상하는 것 또한 얼마나 좋은지! 나는 밀레의 농부들이 들에서 낮잠 자는 그림과 <만종>, <이삭 줏는 녀인들>을 감상하기 좋아한다.
나는 낮잠을 통하여 명료한 생각과 집중력을 얻기 때문에 수필창작도 오후시간을 잘 리용하는편이다. 나의 창작과 안락과 휴식을 제공하는 낮잠은 마치 우유와 커피가 한잔에 섞여 나의 목을 촉촉히 적시는 것처럼 달콤하고 부드러운 존재이다.
나의 오늘이 다소 행복하고 은혜롭다면 낮잠과도 관계있으리. 외손자가 생기면서 한동안은 바빠 낮잠도 미뤘다. 지금은 외손자가 학교를 다니니깐 느긋느긋 주변을 돌아보는 여유가 생겼고 낮잠 잘 시간도 있다. 내 마음이 새 시간의 주인이 되여 내 삶을 이끌어가고 있다. 사진과 글이라는 서로 다른 두 쟝르가 만나 하나의 예술작품이 되듯, 일과 낮잠이 서로 만나 우리의 삶은 아름답지 않겠는가?!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