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넘고 바다 건너 희망이 있다해서
헐금씨금 앞만 보며 달려가다가
코피 터지고 절음발이 되여 넘어지고 말았다
한걸음도 걸을 수 없었던 나
소리없이 다가온 곡선의 등에 업혀
희망 찾아 다시 먼길 떠났다
산 넘고 바다 건너 굽이굽이 가다가
찾았다 웨치는 소리에
번쩍 눈 떠보니 웬 일인가 집이였다
의아해하는 날 쳐다보며
희망은 내 안에 있다며 빙그레 웃는 곡선
내 몸의 쪼르래기 열어보니
빙그레 웃으며 손젓고 있는 희망
코피 터지고 절음발이 돼보고서야
희망은 내 안에 있고
내가 바로 희망이라는걸 알게 되였다
희망과 곡선은 쌍둥이
함께 풍랑 헤쳐 나가며 푸른 날개 달아주는
오 고마운 내 삶의 돛대여
갈대 (2)
붙잡지 않을게요
돌아오라 애걸하지 않을게요
쉽게 상처 받고 쉽게 흔들리고
휘여드는 삶 즐기는 내가 미워
떠난다니 잡지 않을게요
그런 나를 죽도록 사랑한다 하더니
왜 떠나려 하나요
그래 여지껏 한 말 모두가 거짓말이였나요
눈물겨운 지난 우리 사랑은
한낱 물거품에 불과했던가요
진정 사나이라면
역경 앞에서 머리 숙이지 말고
당당하게 삶의 거센 풍랑 막아봐요
그래도 떠나겠나면 잡지 않을게요
우리들의 이야기 세월의 숲에 걸어놓고
삶의 노래 다시 엮어갈 것이리니
잘 가요 그대 내 사랑
동그라미
기난긴 인생길 둥글둥글 동그라미 그리며
모난 삶 아닌 둥근 삶 살려고 애썼소
허나 바람 잦은 삶은
자꾸 풍랑 일으켜 넘어 뜨리오
상처와 배신과 억울함 당했을 때
주먹 불끈 쥐고
불쑥불쑥 튀여 나오는 세모나 네모
동그라미 하나 제대로 못 그리고
살아온 지난 세월
참회의 눈물 흘리며
삶의 스타트선에 다시 섰소
해 달 바람에게 길 물으며
다시 그리고 그리는 동그라미
오 내 삶의 영원한 항구여
나의 여덟살
여덟살 큰딸애 소학교에 붙이던 그 날
깡충깡충 좋아 어쩔줄 모르는
딸애 손잡고 학교에 들어서는데
바로 그 문옆에 여덟살의 내가
눈물 끌썽이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죄수복 갈아 입은 아버지
천길나락으로 떨어진 우리집
걷지도 못하는 세살난 동생 종일 업고
다섯살난 동생 손쥐고
공사장에서 일하는 엄마 옆에서
하루종일 두 동생 돌보며
학교에도 갈 수 없었던 나의 여덟살
아 회색빛 유년의 이 냄새
령혼까지 마구 휘저어 놓는 이 아픔
딸아 너에겐 행복한 동년만 있으라
나의 비통을 크게 깨운 그날
아프게 아프게
첫 어린상처를 다시 삼킨 날이였다
인연의 꽃
우린 글로 만났다
만나면 둘은 문학에 대해
인생에 대해 많은 이야기 나눴다
산과 들 그리고
이름난 식당이나 까페에는
우리들 발자국이 찍혀 있었고
우리들의 이야기들로 꽃 피웠다
그러던 어느해 봄날 삶에 쫓기워
아픈 그가 먼 외국행을 했다
비행장까지 바래다 주고 돌아와
펑펑 눈물 쏟았던 나
그가 보고 싶을 때면
어느덧 한 식당으로 발길 돌린다
우리가 늘 갔던 작고 아담한
해란강 식당 5호실
도란도란
친구의 이야기 소리 들려오는듯
하하하
친구의 명쾌한 웃음소리 들려오는듯
아 시들줄 모르는 인연의 꽃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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