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목 (외 4수)

2025-05-09 08:09:17

처절한 통곡의 하늘이 훑고

간 자리

외진 산속에

누군가 세운 비목

차거운 죽음이여


앙상한 나무가지에

녹쓴 철갑모와

포연에 그을은 군복


저 철갑모에

쓰러진 용사들 흘린

선혈 력력하고

저 옷가지에 스민 화약냄새

붉은 기발의 메아리


텅 빈 하늘 떠인 비목 아래

평화를 베고 누운 넋

산새들이 찾아와 울어주네

쑥부쟁이 두 손 모아 고개 숙이네


금강초롱꽃


가신 님 오시려나

버선발로 오시려나


돌부리에 넘어질세라

금강초롱 불 밝혔네


초롱초롱 금강초롱

별처럼 반짝이거라


님 오시는 길

살펴 오시라

금강초롱 꽃등 밝혔네


봄이 오는 소리


쿵 쿵 쿵

봄이 동백꽃 아씨 데불고

걸어옵니다


찰랑, 찰랑, 찰랑,

봄이 풍경소리 데불고

달려옵니다


침묵하던

땅은 병든 가슴 헤치고

명경 같은 시내물은

씻은 녀인의 얼굴 같습니다


노오란 햇병아리는

유치원생인 양 줄지어

봄나들이 한창인데


뱃쭁, 뱃쭁…

구름 속에서 은방울 굴리는

종다리들 노래소리에

뭇꽃들도 휘청휘청


봄이 오는 소리는

산에 들에

메마른 내 가슴에

사르륵사르륵 시를 씁니다

봄내음 꾹꾹 찍어

시를 씁니다


홍시와 까치


시인의 집 뜨락의 감나무에

등불처럼 대롱대롱 달려있는

홍시 몇개

누굴 기다리나?


까치가 날아들어 말을 걸며

홍시 맛 좀 보자 하네


바람이 놀다 간 사이

시인과 까치가

나눠 먹는 홍시맛


저승이 어딘지는 몰라도

홍시는 제 몸 바쳐

문드러지네


시인은 홍시 보며 시를 낳고

까치는 홍시 쪼아 먹고

허공에 제 울음 흩뿌려

하늘이 높아만 보이네


담배꽁초


몸을 태워서

빠알간 꽃

피여나는가 했더니


혼을 태워서

귀소하는 연기 속에


재를 남기는가 했더니

재가 사라지는가 했더니


석류알 같은

홍보석 시가 깨여 난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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