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의 장편소설 《수레바퀴 아래서》는 헤세의 사춘기 시절 체험과 내면의 상처를 바탕으로 쓴 작품이다.
“그럼 됐어. 지치지 않도록 하게. 안 그러면 수레바퀴에 깔리고 말 테니까.”
소설은 총명하고 성실한 한 소년이 어른들의 욕심과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교육제도에 희생되여 비극을 맞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모두의 기대를 한몸에 받으며 치렬한 경쟁을 뚫고 명문학교에 입학하지만 결국 상처를 입고 무너져가는 한 소년의 비극을 통해 무자비한 수레바퀴처럼 개인의 개성과 인격을 짓누르는 기성사회에 날카로운 비판을 가하는 작품이다.
슈바벤의 작은 현에서 장사를 하는 기벤라트에게는 령리한 아들 한스가 있다. 아들의 출세를 념원하는 아버지와 학교의 명성을 높이려는 교원은 주 시험에 합격시키려고 한스에게 무리한 공부를 강요한다. 몇해 전 어머니를 잃은 한스는 고독한 소년으로 과도한 공부를 강요당하며 때때로 심한 두통에 시달린다. 주 시험에 합격한 한스는 마울브론 신학교에 들어가지만 문학을 좋아하는 자유분방한 친구 하일러와 가까워지면서 성적이 떨어진다. 하일러가 퇴학당한 후에는 공부를 따라가지 못해 신경쇠약 진단을 받고 집으로 돌아온다.
“어둠 속에 떠내려가는 그의 허약한 몸뚱이를 차겁고 푸른 가을밤이 내려다보고 있었다. 까만 물결이 그의 량손이며 머리칼, 창백한 입술을 희롱했다.”
소년이 책상 앞에서 몰두하는 모습, 신학교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의 긴장감, 낚시대를 드리우며 마지막으로 자유를 만긱하는 순간, 학교의 차거운 풍경, 호수가에서 나눈 친구와의 대화, 교실에서 터져버린 감정, 착즙기를 돌리며 피여오른 감각 그리고 공방에서 홀로 조용히 앉아있는 모습까지… 섬세하게 그려진 장면들은 한스의 성장과 붕괴 그리고 그의 마지막을 더욱 강렬하게 전달한다. 강물 우를 떠내려가는 모습은 그가 끝내 도달한 곳이 어디인지 묻게 만든다.
헤세는 열살 되던 해에 라틴어 학교에 입학하고 마울브론 신학교에 들어갔으나 시인이 되고 싶은 열망에 그곳을 탈출해 서점 직원, 시계공장 로동자 등 직업을 전전하며 문학 수업을 병행했다.
이 책의 주인공 한스의 소년기와 거의 닮았다. 헤세의 청소년기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이 독자들의 흥미를 유발해서인지 헤세의 소설중에서 가장 많이 읽힌 작품이기도 하다. 어른들의 기대 대로 성장하기 위해 자신의 희망을 무시당하고 그토록 좋아하던 자연과 낚시를 멀리하며 성적 위주 교육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한 소년의 고뇌와 방황을 가슴아프게 묘사하고 비인간적인 교육제도를 신랄하게 비판하여 당시 독일 교육계에 큰 파문을 던진 작품으로 유명하다.
어른들의 기대는 끝이 없고 소년의 내면은 점점 피페해져간다. 사회가 요구하는 삶 속에서 길을 잃어버린 소년, 오로지 수험 공부에만 매달리던 주인공 한스의 이야기는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이에게 여전히 큰 울림을 주며 자기 실현과 정체성의 혼란에 대한 중요한 성찰을 제공한다.
한스는 뛰여난 성과에도 불구하고 삶의 기쁨을 잃어가고 낚시대를 드리우며 자연과 교감하던 시절의 자신으로부터 점점 멀어진다. 신학교라는 거대한 체제 속에서 소년은 서서히 자신을 잃어간다. 자신을 리해해주는 유일한 친구 하일러와의 관계마저 사회의 자대에 의해 멀어지고 결국 그는 세상의 ‘기대에 부응한 죄’로 서서히 무너져간다. 저자는 자신의 사춘기 시절을 그리는 동시에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자화상을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은 단순한 성장소설이 아니다. 사라지는 한 인간에 대한 기록이며 우리가 쉽게 놓쳐버리는 목소리에 대한 이야기이다. 세상이 기대하는 대로 살아가던 한 소년이 끝내 무너지는 과정 그리고 그것을 바라보는 어른들의 모습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아이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고 있는가?
한스의 고민은 지금 이 순간에도 반복되고 있으며 여전히 누군가는 그 ‘기대’ 속에서 조용히 무너지고 있다. 이 책은 동시에 우리에게 묻는다. 우리는 과연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었을가?
저자는 194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6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였으며 세계적으로 1억 5000만부가 넘는 판매고를 올렸다.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