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부한 력사 유적과 가을마다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 자원을 지닌 한총령은 현재 동북항일련군한총령밀영문화전람관을 비롯해 한총령 밀영유적지, 항일영웅기념비, 무명렬사묘, 한총령매복전 전적지, 영웅나무와 홍엽곡, 장백산삼림민속문화박물관, 현대군사전시관 등 명소, 시설을 겸비한 관광지로 거듭났다."
한총령항일영웅기념비.
“가을이 깊어갈수록 한총령의 단풍은 더욱 붉게 물듭니다. 마치 80여년 전 이 땅에서 피흘리며 싸운 항일영웅들의 혼이 서린 듯, 그 붉은 빛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고귀한 희생을 되새기게 합니다.”
동북항일년군한총령밀영문화전람관내 전시품들.
6월 26일, 국가 4A급 관광지인 한총령단풍홍색관광구 입구에서 군복 차림의 해설원 류명전(60세)이 반갑게 맞이한다. 1983년 군에 입대해 1987년 전역한 후 한총령국유림산작업소에서 삼림을 지키던 그는 2017년 당지부의 인도로 동료들과 함께 ‘동북항일련군한총령밀영문화전람관’을 세웠다. 이제 그는 항일영웅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해설원’이자 전람관 관장으로 력사에 새겨진 피와 함성을 오늘날의 평화로 이어가는 사명을 실천하고 있다.
이날 류관장은 동북항일련군한총령밀영문화전람관부터 한총령항일영웅기념비, 한총령항일련군밀영유적지, 한총령매복전 전적지까지 안내했다.
항일련군한총령밀영유적지 비석.
◆력사를 품은 산줄기
한총령은 돈화시에서 남쪽으로 약 50킬로메터 떨어진 강원진과 따푸차이허진의 경계를 이루는 산이다. 매년 10월이면 온 산이 불타는 듯한 단풍으로 뒤덮인다. 하지만 이 아름다운 풍경 속에는 동북항일련군이 일제와 벌린 치렬한 전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1931년 9.18사변 이후 한총령은 동북지역의 항일무장부대가 일제와 맞서 싸운 중요한 유격근거지였다. 현재 이곳에는 병영터, 지휘소, 초소, 참호, 취사장, 창고, 우물, 남새움, 남새밭 등 수많은 밀영 유적이 남아있다.
중국인민해방군 군사과학원, 국방대학, 국가도서관 중국기억프로젝트 전문가들은 현장 답사와 론증을 거쳐 이곳이 ‘동북항일련군이 1933년부터 1939년까지 전투, 생활한 중요한 전략지역’임을 공식 확인했다.
밀영 잔도.
◆교과서적인 전투, 한총령매복전
전람관 안내를 시작한 류관장은 진한장 장군의 반신상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간다. “1939년 9월 24일, 진한장 장군은 500여명의 병력을 이끌고 이곳에 매복했습니다. 일본군의 차량을 기습하여 혈전 끝에 일본군 32명을 사살하고 중기관총 등 각종 무기를 로획했지만 임덕승 단장 등의 희생도 따랐습니다.”
한총령매복전은 많은 군사전문가와 력사학자들에 의해 전형적인 전투사례로 평가되며 ‘중국군사백과전서’에 수록될 정도로 항일투쟁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1939년 가을, 동북항일련군 제1로군 제3방면군 지휘관 진한장은 돈화에 주둔한 일본군 제2독립수비대 제8대대 제2중대(송도중대)가 따푸차이허로 이동한다는 정보를 확보하고 한총령에 매복하기로 결정했다. 9월 24일, 진한장은 제3방면군 주력과 동북항일련군 제2로군 제5군 제2사 일부 등 총 500여명을 이끌고 도로 량측의 수림에 잠복했다. 일본군이 여러대의 차량을 타고 매복구역에 진입하자 기습공격이 시작되였다. “맨앞의 차량 1대가 공격을 받고 급히 따푸차이허 방향으로 도주하며 지원을 요청했고 나머지 차량들은 완전히 포위되였습니다. 전투는 2시간 50분간 지속되였고 일본군 32명이 사망, 중기관총 1정과 경기관총 2정, 탄약 1만발을 로획했죠. 그러나 항일련군 제5군 제2사 임덕승 단장을 포함한 14명이 희생되였으며 일부 유해는 현재 한총령항일전쟁기념비 뒤편에 안장되였습니다.”
동북항일련군한총령밀영문화전람관내 전시품들.
◆영웅나무, 력사의 생생한 증거
전투 현장에는 특별한 ‘증인’이 남아있는데 해발 924메터 지점의 ‘영웅나무’이다. 직경 90센치메터의 적송 그루터기에는 일본군 38식 소총 탄알 약 40개가 사방에서 날아든 흔적이 남아있다. 주변에서는 기관총 탄피와 각종 전투 유물들이 발굴되였다.
“진한장의 일기와 일본측 기록을 종합해보면 이 나무는 제8련대가 일본군 증원부대와 맞서 싸운 위치입니다.” 류관장은 총탄자국이 선명한 그루터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 “일제의 탄환을 온몸으로 받아낸 나무이고 전투 당시의 생생한 증거죠.”
◆밀영에서 홍색관광지로
80년의 세월을 넘어 한총령은 이제 홍색 관광명소로 거듭났다.
2017년, 한총령국유림산작업소 당지부와 54명 종업원이 힘을 모아 건립한 동북항일련군밀영문화전람관은 2022년에 중앙선전부의 지원자금을 받아 2023년 4월 20일에 개조를 완료했다.
동북항일련군한총령밀영문화전람관 일각.
부지면적이 1105평방메터이고 전시면적이 870평방메터에 달하는 전람관은 동북항일련군의 14년 항쟁사를 생생히 보여준다.
풍부한 력사 유적과 가을마다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단풍 자원을 지닌 한총령은 현재 동북항일련군한총령밀영문화전람관을 비롯해 한총령 밀영유적지, 항일영웅기념비, 무명렬사묘, 한총령매복전 전적지, 영웅나무와 홍엽곡, 장백산삼림민속문화박물관, 현대군사전시관 등 명소, 시설을 겸비한 관광지로 년평균 5만여명이 찾아온다.
동북항일련군한총령밀영문화전람관 일각.
류관장은 한총령항일기념비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기념비의 높이 14메터는 14년간의 항전을 상징합니다.” 산림경비원에서 력사해설원으로 변신한 그에게 한총령은 단순한 일터가 아니다. “하루에 10개 단체를 안내할 때도 있습니다. 우리는 잊혀져서는 안될 이야기를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야 합니다. 과거의 희생을 기억하며 오늘의 평화가 얼마나 소중한지 깨달아야 합니다.”
동북항일련군한총령밀영문화전람관 일각.
80년 세월이 흘렀어도 한총령의 나무들은 여전히 ‘증언’한다. 그날의 총성이 오늘의 평화로 이어졌음을, 피보다 붉은 단풍은 영원히 파란만장했던 홍색의 력사를 기억할 것을.
글·사진 김은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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