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 시청자 팬을 확보하고 있는 한국의 드라마 작가 로희경의 화제작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리별》을 원작으로 한 소설이 2015년에 더욱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호된 시집살이를 시키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 집안일에는 관심 없는 무뚝뚝한 남편, 집에서 도망치듯 회사일에만 몰두하는 딸, 대학입시를 망치고 방황하는 아들 틈바구니에서 자궁암 말기 판정을 받은 엄마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엄마는 마음 놓고 외출 한번 하기가 어렵다. 그런 엄마가 어렵사리 시어머니를 간병인에게 맡기고 바깥나들이를 간다. 방광염이 잘 낫지를 않아 약이라도 타먹기 위해서이다. 검사 결과는 자궁암 말기, 이미 다른 장기에까지 전이되여 수술도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엄마는 물론 가족 누구도 이 사실을 알지 못한다. 같은 병원 의사인 아버지만이 감당하기 어려운 현실을 끌어안고 괴로워한다. 아프다는 안해의 말을 귀등으로 흘려들은 자신을 자책하며 수술을 고집하지만 온몸에 꽃처럼 퍼진 암세포를 확인하고 울면서 수술실을 나오고 만다.
엄마는 돌아왔지만 집은 예전의 온기를 잃었다. 텔레비죤을 보며 청소를 하거나 빨래를 개이던 엄마의 모습, 가족을 위해 아침 식탁을 차리던 엄마의 모습, 소소한 일로도 잔소리를 하던 엄마의 그 모습이 이젠 없다. 엄마가 거기에 그렇게 있을 때, 그것이 얼마나 따뜻하고 행복했던 것인지 가족들은 너무도 늦게 깨닫는다.
이 가족의 이야기는 ‘나’의 가족과 너무도 닮아있다. 아버지는 속마음을 표현할 줄 몰라 늘 무뚝뚝하거나 권위적이고 자식들은 다 컸다고 밖으로만 나돈다. 평생을 두고 엄마에게 상처가 되는 형제나 자식 같은 존재가 있는 가족도 많다. 겉으로는 남부러울 것 없어보이는 가족이라 해도 들여다보면 모두들 조금씩 삐거덕거리고 결코 치유되지 않는 상처 또한 한둘씩 지니고 살아간다. 그럼에도 집이, 가족이라는 것이 따듯한 위안을 주는 리유는 그 중심에 엄마가 있기 때문이다.
암 때문에 더 이상 시어머니를 돌볼 수 없게 된 며느리가 시어머니를 목졸라 죽이려다가 실패한 뒤 다음날 목욕시켜주면서 용서를 비는 대목은 지금도 사람들의 기억에 또렷이 각인되여있는 명장면이다.
4부작 단막극임에도 당시 상을 휩쓸며 ‘로희경’이라는 젊은 작가의 이름을 널리 알린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는 엄마가 암으로 돌아가시고 3년 뒤에 이 작품을 집필했다. 그만큼 글 속에는 엄마를 향한 애달픈 사랑과 슬픔이 오롯이 묻어있다. 당시 엄마 역을 맡았던 배우 라문희가 “이렇게 울려도 되는 거야?”라고 항의하자 로작가가 “나는 며칠을 구르며 울었는데 그 정도는 울어야지.”라고 대꾸했던 일화도 유명하다.
세월이 흐른 뒤에도 이 작품을 다시 보기를 원하고 책으로라도 접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바람 덕에 지난 2010년 연극작품으로 한국의 무대에 올랐고 대본집과 소설로도 출간되였으며 2011년에는 영화로도 제작되였다. 이토록 다양한 쟝르중에서도 특히 소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리별》은 드라마나 대본에서 읽어내기 어려웠던 인물의 심리묘사와 세밀한 상황설명이 살아있어 첫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독자들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흡인력을 가지고 있다.
여기에 로희경 작가가 엄마를 그리워하며 쓴 에세이가 실려있어 소설이 주는 감동에 더욱 진한 여운을 안겨준다.
이 소설은 엄마가 차지하고 있는 자리가 얼마나 큰지를 알게 해준다. 소설 속 가족의 이야기를 통해 실은 우리 자신이 얼마나 엄마를 사랑하고 있는지도 깨닫게 한다.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빠른 소설 전개에 흠뻑 빠져있다가 책장을 덮는 순간, 엄마가 옆에 있어줘서 얼마나 감사한지 안도의 숨을 내쉬게도 한다.
실제 암으로 50대의 젊은 엄마를 잃은 로작가는 “뒤늦게 후회하지 말고 곁에 계실 때 효도하라.”는 절대 진리를 한번이라도 더 깨닫게 해주고 싶어 이 작품을 썼다고 한다. 그렇기에 이 소설은 세상 모든 엄마에게 바치는 작품이자 동시에 세상 모든 아들과 딸에게 건네는 작품이기도 하다.
인간에 대한 진정성과 따스한 사랑을 글이라는 그릇에 그 누구보다 잘 담는 로희경표 글쓰기의 매력은 한국 국내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에서도 유명하다. 이 책은 로희경 작가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인세 전액이 배고프고 아프고 못 배운 아이들에게 밥과 약과 책이 되여주기 위해 기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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