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어내고 기록하고…지적 생활의 즐거움

2025-08-21 15:46:43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 순간 려행지에서 마주한 바람이나 노을보다 더 선명한 ‘문장 하나’를 품게 되는 날이 있다.


◆《갇힌 사람》

이 책에는 아일랜드 작가 윌리엄 트레버가 초기에 쓴 70여편의 경전 단편들이 수록되여있다.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이 단편소설 대가의 ‘조용한 곳에서 천둥소리를 듣는’ 글쓰기 기술이 어떻게 형성되였는지를 엿볼 수 있다. 그는 마치 조각칼을 다루듯 정교하게 가지각색 인물의 곤경을 묘사한다. 그는 늘 시대의 흐름 속 작은 인물을 주목하고 있다. 보기에는 평온할 것 같은 그들의 삶에는 력사, 전통, 도덕, 욕망 등으로 인한 곤경이 거센 파도가 되여 인생에 무겁고 현실적인 변화를 가져다준다.

하지만 트레버는 독자에게 값싼 위안을 주지 않는다. 그는 항상 주인공이 결말에서 ‘깨달음’의 순간을 맞이하도록 한다. 아마도 이것이 그가 쓰려고 했던 계시일지도 모른다. 비록 인생 곤경에서 벗어날 힘이 없더라도 사람들은 진실을 깨닫는 그 순간 평온해지는 힘을 얻을 수 있다.


◆《물이 섬 한가운데》

현상급 소설 《작은 산과 작은 산 사이》 이후 청년작가 리정이 쓴 첫 장편소설이다. 처음 읽을 때는 양로, 특수 아동 보호 등 사회적 화제에 대한 비평적 내용인 것 같으나 사실은 뒤로 갈수록 그의 부드러운 서술 속에서 작가의 진심을 읽게 된다. 그는 시끄러운 외부 대세계 속에서 한 가족의 작은 이야기를 담아내며 우리는 그 안에서 사람들 사이의 은밀한 련결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변하지 않는 것은 그녀가 항상 관심을 가져온 침묵하는 모녀관계이며 모성애로 인한 구조적 고민을 탐구한다는 점이다. 그녀는 특히 모녀간의 심리적 대립에서 발생되는 순간적인 섬광을 묘사하는 데 뛰여나며 섬세하고 예리하다. 인내심을 가지고 들어야 하고 마음의 문을 조금 열어야만 흘러나올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 모두 이 소설 속에 담겨있다.


◆《한나 아렌트의 세번의 탈출》

이미지소설은 영어문학에서 주류 창작방식중 하나로 《쥐족》, 《나는 이란에서 자랐다》 등과 같은 작품을 통해 엄숙성, 심각성, 취미성의 통일을 확립했다. 이러한 형식과 녀철학가 한나 아렌트의 인생이 만나면서 마찬가지로 탁월한 효과가 나타났다. 미국의 켄 클림스탄의 이 소설은 아렌트 인생의 중요한 세가지 전환점인 독일에서의 탈출, 프랑스에서의 탈출, 하이데거 철학으로부터의 탈출 과정을 선택해 20세기 주요 사상가의 변모를 보여준다.

진지한 표정에 곱슬머리, 록색 옷을 즐겨 입는 아렌트는 만화 속에서 생동감 넘치는 일상적 세부로 가득하다. 그녀가 열심히 살며 적극적으로 기여하는 모습이 이미지 서사 속에 끊임없이 비춰진다. 새로운 고민에 부딪쳤을 때, 오래전 세상을 떠난 절친 벤야민이 천장의 물자국 형상으로 나타나 그와 대화를 나누는 순간, 시공간을 넘나드는 이미지에 대한 상상력이 정점에 이른다.


◆《지리학가가 그의 지구를 마시다》

로씨야의 작가 알렉세이 이와노브가 쓴 이 책은 제목만 봐도 해학적이고 유머러스한 소설임을 짐작할 수 있다. 주인공 슬러슈킨은 평범한 지리선생님으로 그의 삶과 리상, 신념 모두가 흔들리는 상황이지만 작가는 그에게 리상주의적 색채를 부여한다. 그는 우랄 황야에서의 한차례 표류를 통해 지리 학과에 대한 학생들의 흥취와 삶의 열정을 불러일으키려고 환상한다. 이런 대비는 그가 보여줄 경험이 웃지도 울지도 못할 해학적인 곡이 될 것임을 암시한다.

마치 한 독자의 말처럼 책을 읽으면 광활한 겨울 빙하의 찬 기운이 종이 너머로 전해지고 아한대 문학의 시원한 바람이 무더운 여름을 스치는 듯하다. 그래서 작가의 유머는 마치 극지의 별하늘 아래에서 모닥불을 지펴놓고 ‘타닥타닥’ 하는 맑은 마음이 부서지는 소리와 같은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이 불씨가 꺼지길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소원 대로 우리의 독서열정을 타오르게 했기 때문이다.


◆《인공소녀》

이는 말레이시아의 작가 공만휘가 쓴 첫 장편소설이다.

“우리가 잠시 머물렀던 방들처럼. 이러한 방들은 모두 시간의 강물 속에 불쑥 튀여나온 돌과 같다.” 소설 속의 12개의 방은 그런 기억에 대한 시간을 담고 있다.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안해, 아무도 찾지 못하는 곳에 숨으려고 하는 소년, 꼬리를 잃은 고양이, 아이를 잃은 사촌 언니 아잉… 이처럼 서로 련관성이 없어보이는 기괴한 기억들이 소설 전체를 구성하며 환상적이면서도 진실하게 현실세계를 은유하고 있다. 작가의 서사는 느리며 시간은 여기에서 겹치고 갈라지고 흐르거나 혹은 멈추기도 한다. 아버지가 ‘나’를 데리고 도망치는 것과 ‘나’가 인공 딸을 데리고 탈출하는 것마저도 마치 하나의 륜회처럼 느껴진다. ‘방’은 시간의 마법상자들로 시계의 원반 우에 배렬되여 무한 순환한다.

  문학보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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