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두운 항아리 안에서 잠자고 있다
수수가 심어준 달콤한 꿈을 진하게 안고
투명한 액체 속에 뜨거운 열정 감추고 기다린다
혼탁한 세상
침묵 속의 들끓는 정열처럼
향긋한 내음으로 매서운 맛으로
누군가의 마음 따뜻하게 녹여줄 날을
고향의 바람
고향의 바람은
창가에 흔들리는 풍경(风铃)의
맑은 목청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소리에 앉아
나의 동년의 꿈을 키워주었다
고향의 바람은
여유로운 오후의 해빛 아래
빨래줄 우에서 하느작이는
옷가지들의 춤사위 속에 숨어있는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이였다
고향의 바람은
기러기떼 줄지어 날아가는 청자빛 하늘 아래
출렁이는 황금파도 속에 깃들어
아버지의 땀방울을 풍년의 벼꽃향기로 빚어주었다
고향의 바람은
이집저집 굴뚝에서 피여나는 아늑한 저녁밥상이고
할머니의 부채살에서 울어대는 매미들의 자장가소리이며
할아버지의 곰방대에서 흘러나오는 옛이야기였다
고향의 바람은
황홀한 도시의 네온등을 스쳐지나
내 마음 깊은 곳 향수를 불러낸다
눈 감으면 고향이 바람에 실려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린다
레드와인
석양이 마음벽을 거닐고
자주색 비단결이
어두운 동굴 속을 지나며
추억을 흔들어 깨운다
불꽃이 혀끝을 스쳐지나며
탄닌과 포도알의 사랑의 멜로디가
입안에서 흐르고
방안을 비추던 달빛은
호박빛 조각으로 부서진다
잔이 비워지고 또 채워지는 사이
떨쳐내려는 그리움
밑굽에 쌓여만 가고
루비색 치마자락처럼 빙글빙글
내 몸을 감싸고 왈쯔를 춘다
그리움 떨쳐내려고 잔을 비우면
어느새 피빛으로 다시 가득 채워져
루비색 치마자락처럼 빙글빙글
내 몸을 감싸고 왈쯔를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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