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정신 (외4수)□ 한경애

2025-08-29 09:04:53

마음이 부산할 때마다

산이 나를 부른다


개암나무, 싸리나무, 봇나무, 굴참나무…

키 작고 날씬한 관목들

키 크고 웅장한 교목들

키 크다고 건방 떨지 않고

키 작다고 주눅 들지 않는

언제 봐도 오손도손 정다운 나무네 가족들


산들바람 불어오면

우우, 어깨겯고 노래 부르고

세찬 바람 휘몰아치면

형은 몸으로 바람 막아주고

동생은 형이 넘어질세라 밑둥을 받쳐준다

사나운 홍수가 들이닥치면

깊숙이 내린 뿌리들은

강강수월래하듯 손에 손잡고

젖먹던 힘 다해 흙 웅켜잡고 버틴다


나무네 동네에는

옴니암니 아웅다웅 다투는 일 없고

손톱 세워 갉히는 일 없고

동족상잔의 피비린 전쟁도

금 긋고 울바자 세우는 일도 없다


겉으로는 덤덤해보이지만

웅심 깊은 배려로

상생의 푸른 물결 출렁이며

변덕도 조화도 없이

나무의 정신 이어갈 뿐이다


산속에 서면

나도 한그루의 봇나무가 된다

가난한 내 마음도

나무처럼 싱그러워진다


냄새 맡는 아이


아침마다 문앞에서

애들을 맞을 때면

“선생님!” 하고 부르며

나비처럼 날아와서

내 품에 콕 박혀서는

코를 벌름거리는 아이


수업이 끝나면

내 허리를 휘감으며

“선생님한테서 엄마 냄새 납니다.”

내 품속에 살포시 안겨

킁킁거리는 아이


으스러지게 꼭 껴안아주면

금세 얼굴에 빛이 도는 아이


틈만 나면

내 품속을 파고드는

참새가슴 같은 아이들

사막을 지나는 엄마 잃은

꼬마락타 오아시스 만난 듯

내 품속에서 갈증을 달랜다


로부부의 유머


반세기를 한 지붕 아래서 산

잉꼬부부 늙은 량주가 마주한

조촐한 저녁밥상─

미역국에 청어구이


할머니가 생선 가시 발라서

할아버지 밥숟가락에 얹어주면

휠체어에 앉은 할아버지는

후들거리며 용케도 입속으로 떠넣었다

─우리 부인 덕분에 저녁 잘 먹었소

그래두 돼지치기 하기보다는 낫지?

퇴직금이 매달 오천은 넘게 나오니

허허─


텅 빈 뼈속에 눈물만 채워질가 봐

얼굴에 주름꽃 피우며

서걱거리는 유머를 하는 할아버지


─령감, 하늘 같은 내 남편을

얻따 돼지에 비겨유?

말도 안될 소리유

나 당신보다 딱 하루만 더 살게유

호호─


자꾸만 작아지는 령감님

기 살려주려고

재치 있게 받아치는 할머니


저녁노을 부러운 듯

창문을 기웃거리며

서산을 붉게 붉게 태웠다


더덕 향기


아침시장에서 더덕 몇근 사왔더니

온 방안에 향기가 출렁인다

한자락의 흙냄새를 품은

너만의 특별한 인사말이였다


달고 쓴 비물로 살찌운

백옥 같은 속살

회오리바람과 천둥으로 의지 다지며

땅의 정기를 긁어모아

올곧게 세운 골격의 더덕아

아낙의 매운 칼날에 옷을 홀랑 벗기우고

사내의 드센 방망이에

늘씬하게 맞아 분신쇄골이 되고

그것도 모자라 갈기갈기 찢겨져

빨간 고추장 들쓰고

다시 끓는 기름가마의 세례로

더덕구이로 환생하는 거야


한접시의  반찬이 되여

식탁에 오르기까지

누구의 귀가에도 미치지 못했을

이발 틈새를 비집고 튀여나온

너의 비명소리 들리는 듯 하여라


어려웠던 옛날에

우리의 허기를 달래주었던

변함없는 너만의 향기

오늘도 난 그 향기에 취해본다


춤추는 바다


바다는 오늘도

에메랄드빛 치마자락 휘날리며

아라리요 쓰라리요 춤을 춘다


사랑과 미움, 희망과 좌절로 가득찬 세상

눈물이 바다가 되도록 울어도

발버둥쳐도 달라지질 않는다며


끼룩끼룩 갈매기의 노래에

어깨도 들썩들썩

왼팔 오른다리 들었다 놨다

해님을 보면 해와 손잡고

달님을 만나면 달을 얼싸안고

덩실덩실 춤을 춘다


슬퍼도 덩실 기뻐도 덩실

아리아리 쓰리쓰리

신들린 치마자락 너울거리며

바다의 춤사위는 멈출 줄 몰라라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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