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형제를 못 잊듯이
삶의 려정에서
문득문득 떠오르는
이름이 있습니다
고개 숙인 벼이삭이
어여쁜 황금빛 옷을 입고
세월을 흔드는 9월이 오면
그리움이 더욱 간절합니다
어머니 아버지가
나를 낳으셨지만
당신을 통해
새로운 내가 태여났음을
나는 믿습니다
나무처럼
한몸에 무수히 많은 손을 가지고
손끝마다 눈이 있어
우리들을 하나하나 보살펴주신 이
바로 당신입니다
장작불처럼
자신을 불태워
우리 앞길 밝혀주신 이
바로 당신들입니다
9월에 자리잡은
가을은 참 아름답습니다
베푼 알곡이 그득하기 때문이죠
아, 가을이여
선생님들이시여
그대들은 신통히도 닮았습니다
오늘은
가을 같으신 선생님을
행여 잊어버릴가
깨우쳐주는 참 반가운 날
명절다운 명절입니다
선생님
나보다 먼저 태여났다고
선생인 것이 아니다
글을 가르친다고 모두
선생인 것도 아니다
마음이 열린 사람이 선생님이고
눈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선생님이고
몸으로 가르쳐주는 사람이
선생님이다
어디 사람 뿐인가
강아지한테서도 배울 때가 있다
개나리한테서도 배울 때가 있다
그저 선생님이라고 부르기
어색해서 그런거지
배울 수 있는
모든 것이
다 선생님이다
무더위
소보다도 당나귀보다도
더 고집이 센 녀석
수십년을 나와 싸웠지만
한번도 이긴 적이 없는데
그래도 항복하지 않고
올해 또 찾아왔네
초복 중복 말복
이 얼빠진 3형제야
너희들이 손잡고
아무리 발광을 해도
겁나지 않다
한 백년 더 싸워보자
나의 지원군 추장군
잠에서 깨여나
휘파람 불며
내게로 오신단다
8월의 옥수수밭에서
온통 푸른
초록저고리
초록치마
그 속에서 들려오는
여치소리 매미소리
이따금 엄마의 자장가도
엇박자로 들린다
8월이 흐느적이면
사뭇 잦은 휘몰이에 몸을 맡기는
옥수수들 옥수수들
귀전에 감미로운 저 소리
엄마의 젖줄 같은 보도랑 소리
큰 애기 업은 옥수수들 두고
어디로 흘러가는가
가을 해바라기
젊은 시절에는
어깨춤에 미쳐
해님만 바라보며 살았지
비바람에 얻어맞고
벼락에 혼도 나고 보니
이제는 고개 숙여 땅만 바라보네
하늘 아래 해님 아래
세상 아래 살고 있음을
흙에 더욱 발 묻으며 자꾸 깨달아가네
고슴도치
몸에 가득 가시 짊어지고 살지만
여태 가시 돋친 말 한마디
한 적이 없다
가시옷 하나 뿐인 단벌신사
아니면 험한 세상
어찌 살아가노
작은 눈으로도
옳고 그름 식별하는
마음의 등불은
항상 켜두고 산다
고슴도치는
기여다니는 장미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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