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하늘 (외 5수)□ 박장길

2025-09-26 07:49:44

이보다 더한 걸작 있을가

겨울을 폭파한 푸른 불길

대지에 터져오른

초록빛 물결무늬 지상의 기발


한자리 그 자리에 서서

어떤 간고도 무릅쓰고

푸른 생명을 폭발하며

긴긴 세월 하루같이

나무가 바라보는

하늘엔 무엇이 있을가

올려다보면

하늘엔 하늘 뿐이다


해마다 산과 들이

푸른 기운 다 올려보내서

늙어가는 생명 모두가

넘치던 푸름 다 올려보내서

싱그러움 다 가져서

청자빛으로 높푸른

가을이면 마른 그림자 우에

더 높들리는 하늘


나무의 하늘은 하늘이기에

붙박이로 쳐다보는 것이겠지

당신께 나는 하늘이 아니라오



골과병동


전쟁편 영화를 보고 있다

깊은 무덤을 파올리는

폭격에 다친 다리

포격에 터진 머리…


피가 번진 붕대를 감고

병상에 널려있는 부상병들


지팽이 짚고 있는

나의 적은 누구인가?


나에게 꺾인 나는 패자

술잔에 빠진 몸 포화에 갇혔다


진통을 씹어 삼키는 신음소리

땅크를 몰고 있는 코고는 소리


현실에서 도망가려고

머리속으로 영화를 돌리며

상상의 나래를 접지 않는다


나는 현실에 없다

나의 시도 현실에 없다


시를 따라 골과병동을 떠나

오늘을 지우는 나의 나날들



금사탄, 은사탄


바다와 륙지가

부등켜안고 으스러진다

다시 일어나서 하얗게 터진다


파란 저고리 옥색치마 다 벗고

맨몸 맨마음으로 반겨주는

금사탄, 은사탄 청도의 두 해녀


푸른 명주 찢어 목을 매서

수평선에 걸고 뼈속까지 젖으며

아무리 뒹굴어도 세월이 짧은 두 해녀


해와 달 먹고 해와 달 낳는 바다

발목을 물었다 놓아주며

두곳에서 부르는 해사랑 달사랑

어디서 풀려난 나사못 같은

빈 소라 껍질에 마음을 틀어넣고

모든 길이 걸어들어간 바다에 박았다


파도 한웅큼씩 살점 떼여 흩뿌리며

기쁨을 터치우는 찬란함에

환희의 폭발에 나는 튕겨난다



아침


아침을 찾아나가면

풀어진 몸에 달라붙은

밤과 낮을 털어주어

쌍그렇게 태여나는 몸


잔등에 하루를 업혀주며

세상을 여는 아침동

깊이 깊이 몸을 감쌌던

어둠을 벗고 해산을 한다


솟아오르는 피 속에

찬란한 세계의 아들이여


세월은 눈뜨고 일어나

밤을 개여얹고

달바퀴렬차를 내려서

해바퀴렬차에 올랐다


가슴에 불 붙이고

등에 업은 하루를 끓이는

인생아, 맛있게 익으렴



새(1)


한번 밤이슬을 맞은 새는

잡아둔다고 붙어있지 않는다

두번째 화살을 피한다


가시덤불 속을 찔리지도 않고 날아다니며

가장 낮게 나는 새가 가장 자세히 본다


해살 간지럽다고 재재재 목을 다듬으며

지친 나래를 모아 쉬였다가

깃을 빗고 잦은 걸음을 치다가


좌우의 날개로 창공을 차고 나가

그네 달린 바람을 타고 나래로 말하는 새


깃이 같은 새들 함께 모여

힘찬 활주 끝에 허공을 하얗게 차오르며

하늘을 가슴한 호수 속의 산을 허물고


고목 하나 몸을 눕히고 있는

지구의 바깥쪽으로 날아갔다가

해살을 차고 올라 이 세상으로 돌아온다



새(2)


나무가지에 앉아

새는 스스로 저울이 된다


나무가지를 흔들어놓고

같이 흔들리며 저울질한다


하늘을 하늘에서 내려와서

대지를 대지에서 올려가서

균형을 가늠하며


천지간을 다 가지기에

걸을 수도 있는 새

날 수도 있는 새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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