련결되지 않는 전화, 꿈속의 그리움 □ 김성금

2025-10-10 09:37:53

꿈은 마음이 보내는 편지라고 하였다. 엄마가 저세상으로 떠난 지 15년, 나는 아직도 꿈의 조각들을 맞추기만 한다.

꿈속에서 엄마는 늘 휴대폰을 갖고 계셨다. 하지만 정작 전화를 걸면 마지막 수자를 누를 수 없어 련결음까지 이어지지 않는다.

또 어떤 날 꿈속에서는 엄마의 휴대폰 번호가 기억나지 않는다. 엄마의 부재가 불안한데 떠오르지 않는 전화번호, 나는 안절부절하면서 애간장을 태운다. 언니한테 물어봐도 자기는 모른다고 한다. 분명 엄마와 련락이 닿는 줄 아는데 알려주지 않으려고 한다. 엄마가 휴대폰을 갖고 계신다는 확신은 생전에 휴대폰을 선물로 드려서 만들어진 가상일지도 모르겠다.

또 어떤 날 꿈속에서는 엄마의 일자리까지 겨우 알아내여 찾아간다. 그러나 엄마는 방에 숨어 날 만나주지 않는다. 또 어떤 날 꿈속에서는 암 말기의 아프신 엄마 모습인데 치료받으로 가셨다고 한다. 내가 아픈 엄마 곁을 지키며 함께 하고 싶은데 곁을 주지 않는다. 심장이 불판 우의 오징어처럼 오그라든다. 발을 동동 구르며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다가 깨고 보면 베개잇은 이미 축축하게 젖어있다.

어린시절, 엄마의 품에서 느꼈을 그 안온함을 내가 아직도 갈구하는 걸가 아니면 그 반대로 엄마가 재혼하면서 나를 ‘버리고’ 갔던 그 아픈 기억이,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증발되지 않고 상처를 내는 것일가…

엄마는 첫 혼인에서 딸만 둘을 낳았다. 손주만을 바라던 범 같은 시어머니의 작간으로 억지 리혼을 당하셨고 석달도 안된 둘째딸을 한족집에 엄마 몰래 입양을 보내는 경을 당하셨다.

우여곡절 끝에 큰딸을 되찾아오게 되였고 엄마와 마찬가지로 첫 혼인에서 실패한 아버지를 만나 나를 낳으셨다. 엄마의 팔자가 기구해서일가 내가 세살 때, 그것도 엄마의 생일날에 아버지가 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아들을 잃은 시아버지와 남편을 잃은 과부며느리가 한집에서 평생 쭉 살 수는 없었다. 할아버지는 나를 맡아 키워줄 것을 약속하고 엄마한테 혼사를 주선하셨다.

그렇게 서른한살의 엄마는 나를 할아버지한테 맡기고 언니만 데리고 다시 또 재혼하셨다.

엄마와의 생리별하던 화면은 나의 기억 속에서 증발되였다. 갓난애기 때, 엄마의 젖무덤을 파고드는 나에게 잉크를 바른 젖꼭지를 물려주면서 다시는 젖을 찾지 않도록 하던 장면도,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신 그날 아침, 일을 나가는 아버지의 바지가랭이를 붙잡고 일 나가지 말라고 떼쓰던 기억도 어제일 같이 생생한데 생리별은 너무 아픈 기억이라고 그 장면만은 내 기억에 저장하지 않고 삭제해버렸나 본다…

엄마가 떠나시고 할아버지도 할머니 한분을 맞아들이셨다. 새로 들어오신 할머니랑 함께 지내던 일상들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엄마가 시집오기 전부터 할아버지가 키우시던, 나보다 6살 더 많은 5촌숙이랑 서로 의지하면서 놀던 기억도 또렷하게 남아있다. 그러나 기억엔 없지만 분명 어린 나는 엄마를 찾았을 것이다. 엄마한테 보내달라고 할아버지한테 매달리며 억지를 썼을 거다. 그러기에 후날 할아버지만 만나면 눈물이 그렇게 흘러내리군 하였다. 마음속 깊은 곳에 있던, 그때의 그 상처의 눈물이 아니였을가 싶다.

재혼한 엄마는 산아제한 정책으로 아이를 더 낳을 수 없게 되였고 이붓아버지와 함께 어느 겨울날 나를 데리러 왔다. 그날의 기억도 어제일 같이 생생하다. 내가 살던 고향은 천교령에서 조금 떨어진 소철만 다니는 곳이였다. 왕청으로 가려면 꼭 대철을 타야 했고 천교령까지 가야 대철이 있었다. 천교령으로 가는 길, 떵떵 얼어버린 강판을 걸어 지날 때 눈 덮인 얼음강판이라 너무 미끄러웠다. 이붓아버지의 손을 잡고 걷다가 미끄러 넘어지는 어린아이가 보인다. 엄마 따라 갈 수 있음이 행복한 어린아이는 넘어진 채로 깔깔 웃는다.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아직도 귀전에 쟁쟁하다. 웃음소리에 놀란 얼음장도 끼─억 소리 내며 금이 실린다…

엄마와 함께 지낸 시간들이 생리별로 떨어져있던 시간보다 훨씬 더 길다. 학교를 다닐 때 시가지에서 공부하게 되면서 떨어져 지냈고 내가 결혼을 하면서 각자 따로 지냈었지만 그때는 꿈에 엄마를 찾아 헤매이지는 않았었다.

엄마의 마지막길을 지켜드리면서 분명히 발부터 식어가는 그 온기를 내 손으로 체크하였었고 지금 아니면 다시는 없을 기회라고 생각되여 내 입술을 엄마의 입술에 맞추어 처음이자 마지막인 엄마와의 키스도 남겼고 그래서 엄마의 따스했던 입술 온기를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 그렇게 엄마와 나는 영영 리별을 하였는데 지금 꿈이면 엄마를 찾아 헤매인다. 꿈속에서 엄마를 찾는 것은, 어쩌면 엄마의 부재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나의 몸부림일지도 모른다. 죽음으로 인한 리별이 어린 나를 ‘버리고’ 떠났었던 그때보다 더 아프기에 차라지 나를 ‘버리고’ 떠난 그때의 엄마로 바꾸고 싶어 그럴지도 모르겠다.

오늘밤도 꿈에 련락이 닿지 않는 엄마를 찾아 헤매이더라도, 또 나를 피해 어딘가에 숨어계시는 엄마가 속상하더라도 더는 눈물을 흘리진 않으려고 한다. 꿈속에서라도 어딘가에 살아계심에 감사할 것이다. 꿈이 아니길 바라는 마음만 가슴에 묻은 채.

꿈속의 엄마는 이제 내 글 속에 영원히 머물 테니.

来源:延边日报
初审:林洪吉
复审:郑恩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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