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인의 삶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적 환경 속에서 다양한 모습으로 진화하고 있다. 특히 우리의 식생활은 단순한 생존수단을 넘어 문화, 건강, 환경 문제와 깊이 련결된 복합적인 현상으로 자리잡았다. 세대를 관통하며 변화하는 식탁에서 우리는 단절과 련결, 갈등과 화해의 이야기를 발견한다.
부엌 창가에 걸린 해살이 밥그릇을 스치는 아침, 젊은 세대와 로년 세대가 각자의 방식으로 쌓아올린 식문화의 탑은 서로 다른 속도로 회전한다. 내가 어릴 때 아침마다 아버지가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어머니가 일찍 일어나 밥을 짓고 장국 끓여놓으면 우리 4남매는 구수한 냄새에 코를 킁킁거리며 일어나 밥상에 마주앉는다. 아버지의 첫 숟가락과 함께 시작되는 고요한 밥상은 가족의 중심이였다. 한 세대 전만 해도 가족이 함께 모여 식사하는 것은 당연한 일상이였다.
하지만 현대인들의 바쁜 일상에서 출근길 편의점 김밥으로 아침을 때우는 직장인, 점심은 배달앱으로 주문한 한끼 식사, 저녁은 각자의 스케줄에 맞춰 흩어진 식사시간 서로 다른 시간대에 덥혀 먹는 랭동식품이 일상이 되였다. 혼자서도 편하게 식사할 수 있는 소규모 식당이 늘어났고 배달앱도 1인분 주문이 가능하게 만들어졌다. 이는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자유로운 선택의 기회이기도 하다. 로년 세대가 밥상머리 교육을 강조했던 것과 달리 젊은 세대들 사이에서는 혼밥이 하나의 식문화로 정착되였다.
젊은 세대의 식탁은 편의, 건강 그리고 글로벌 시대 개인화된 편의성 1인 가구 증가와 바쁜 일상으로 인해 젊은 층은 간편식 배달앱 서비스를 선호한다. 시간을 절약하면서도 다양한 메뉴를 경험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가정용 전자기기를 활용해 집에서도 레스토랑급 료리를 만들거나 단백질 보충을 위한 닭가슴살 샐러드를 아침 대신 먹는다. 로년층은 “그게 밥이 되느냐”며 의아해한다.
로년 세대의 식탁에 올랐던 전통, 공동체, 손맛, 장독대에 저장한 된장, 직접 담근 김치, 시래기 국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가족의 력사이다. 직접 장을 보고 정성과 시간을 들여 음식을 준비한다. 계절과 자연의 리듬에 따라 봄에는 산나물을 무치고 여름에는 오이지장아찌를 담그며 가을에는 김장김치를 담그는 식습관은 자연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전통적 농경 문화의 흔적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세대간 식문화의 차이는 때로는 갈등으로 이어진다. 명절음식 준비를 둘러싼 인식 차이도 뚜렷하다. 로년층은 식사는 정성이 담긴 손맛의 음식을 선호하는 반면 젊은 세대는 식당이나 배달 음식을 통해 명절의 부담을 줄이려 한다. 로년 세대는 외식보다 집밥을 선호하지만 젊은 세대는 간편식 편의점을 선호하며 1인분 메뉴를 찾는다. 젊은이들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서 인스턴트음식 레시피를 찾고 로인들은 잃어버린 고향음식을 찾는다.
건강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생활도 크게 변했다. 젊은 세대는 유기농 제품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채식주의를 선호하는 반면 로년 세대는 보양식에 집중한다. 각 세대가 건강을 지키는 방식에는 뚜렷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갈등 속에서도 새로운 융합의 가능성이 피여오른다.
전통 장류의 발효과학과 현대 영양학이 만나 새로운 웰빙 브랜드를 창출하는 지점에서 세대간 대화가 시작된다. 젊은이들은 로년층의 과다한 염분 섭취를 걱정하고 어르신들은 젊음 세대들이 인스턴트 식품 선호를 걱정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서로를 리해하려고 노력하는 흔적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 갈등을 해소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음식문화가 탄생하지 않을가 기대해본다.
기존의 관습과 함께 하면서 시간의 소중함을 중요시하는 현대적 가치관과 부딪치는 순간이다.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시대의 식탁은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을가?
요즘은 로년 세대도 스마트한 휴대폰의 영향을 받아 소셜네트워크 서비스에서 레시피를 검색하고 온라인으로 장을 보는데 이런 모습에서 세대간의 교차로 충돌과 융합의 맛이 흐른다. 로년층이 배달음식에 도전하는가 하면 젊은이들이 장독대 체험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역설이 펼쳐진다. 레시피를 검색하는 어르신, 전통 장류의 가치를 재발견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에서 세대간 경계가 흐려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는 미래의 식탁을 상상해본다. 각자의 건강상태에 따라 맞춤 식사를 제공하는 우주식품이 등장할지도 모른다. 아마도 미래의 어느 날, 내 손주가 인공지능 조리기로 만든 영양소를 먹으며 “옛날 사람들은 진짜 음식을 먹었다니 신기해”라고 말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더라도 변하지 않는 진리가 하나 있다면 그것은 식사시간이 여전히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중요한 일일 것이다. 디지털화가 발달할수록 오히려 함께 음식을 나누는 본질적 기치가 더 빛을 발할 것이라 믿는다.
나는 이제야 비로소 깨닫는다. 세대간의 식문화 차이는 결코 메워야 할 균렬이 아니라 각 시대를 살아낸 이들이 남긴 고유한 발자국이라는 것을. 로년 세대의 된장찌개와 젊은이들의 토스트가 공존하는 식탁에서 우리는 진정한 포용의 의미를 배울 수 있다. 서로 다른 세대를 살아온 이들의 선택을 존중하며 함께 앉아 식사할 때 비로소 완전한 한끼의 식사가 완성되는 것이 아닐가 싶다.
현대인의 삼시세끼는 더 이상 하루 세번의 리듬이 아니다. 하루를 두끼로 나누는 이도 있다. 그러나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는 여전히 식사라는 것를 통해 삶을 기록한다. 할머니의 장독대와 손주의 인스턴트가 공존하는 주방에서 우리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끈을 발견한다. 우리의 식탁은 마치 강물처럼, 할머니의 지난날에서 흘러내려 오늘의 나를 적시고 다시 미래의 손주들에게로 흘러갈 것이다.
식탁 우에는 오늘도 새로운 메뉴가 오른다. 전통 장, 김치와 가정 간편식 포장지 사이로 보이는 반찬, 이것이 세대 공감의 현장이다. 어쩌면 할머니의 된장찌개와 래일 아침에 손주가 먹을 우유 한잔 곁들인 토스트가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될지 모른다.
이 시대의 식탁의 다리를 놓는 중임은 젊은이가 편의점 도시락을 데우는 전자레인지 소리와 어르신들이 뚝배기 국을 끓이는 타닥거림이 공명하는 곳에서 우리는 여전히 함께 먹는다는 원초적 욕망을 이어가고 있다.
세대 차이는 새로운 길을 여는 문이다. 젊은 세대의 개성 있는 선택이 로년 세대의 지혜와 결합할 때, 우리의 식탁은 더욱 풍요로워질 것이다. 중요한 건 그 안에 담긴 필요와 정서를 읽어내는 노력이다. 그럴 때 비로소 현대의 삼시 세끼는 단순히 배고품을 달래는 것을 넘어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관계, 시대 정신이 교차하는 복합적인 식문화 현상으로서 세대를 아우르는 식문화의 장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결국 우리 모두가 함께 써내려가는 가장 아름다운 인생의 레시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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