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나눔 □ 현청화

2025-12-05 08:57:17

그것은 단순한 중고나눔 글에 불과했다.

“전자풍금 무료 나눔합니다.”

옆동네 주민의 그 글을 보는 순간 왠지 모를 반가움과 작은 설렘까지 느꼈다. 세상에 공짜란 없다는 걸 잘 알지만 ‘나눔’이라는 말에는 여전히 이웃간의 온기가 서려있는 듯했다. 외출중에 글을 봤기에 곧장 련락해 “저녁이나 래일 찾아뵐 수 있겠느냐?”고 물었지만 답변은 랭정했다. 저녁은 시간이 없고 래일은 출장을 간다는 것이였다. 나는 약간의 불편함을 무릅쓰고 외출 중간에 그 물건을 가지러 집으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그 집앞에 당도해 인터폰을 눌렀지만 의외로 답변이 없어 한참을 기다려야 했다. 이윽고 문을 열고 나온 것은 나와 동년배쯤 되여보이는 중년 녀인이였다. 그녀의 얼굴에는 환영보다는 경계심이 가득했다. 내가 선물로 가져온 휴지 한박스를 문 옆에 두려고 발걸음을 옮기자 그녀는 손사래를 치며 “들어오지 마세요!”라고 재빨리 웨쳤다. 순간 내 가슴 한켠이 서늘해졌다. 나는 그저 고마운 마음을 전하려는 것 뿐인데, 그녀의 눈에는 ‘침입자’로 비춰지고 만 것이였다. 내가 집에 들어가려는 것이 아니라 단지 문 옆에 선물을 두려는 것임을 알게 된 그녀는 얼굴이 확 붉어졌다. 그리고는 미안한 듯 “휴지는 못 받겠다.”고 했고 나 또한 “대가 없이 받기만 하는 것은 싫다.”고 답했다. 그 순간 우리 사이에 묘하게 오간 신경전 비슷한 기류는 전자풍금과 휴지 한박스가 아닌 상처받은 자존심과 오해로 인한 무안함 뿐이였다.

돌아오는 길은 유난히 쓸쓸했다. 하늘에는 가을해가 높게 떠있었고 11월의 광주는 1년중 제일가는 화창한 날씨를 선보였지만 내 마음에는 서늘한 그늘만이 맴돌 뿐이였다. 왜 이렇게 되여버린 걸가. 본래는 좋은 마음에서 시작된 나눔이였을 텐데, 그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불쾌한 기억만 남기고 말았다. 그녀의 경계심을 탓할 수만도 없었다. 아마 그녀도 나처럼 살아오는 동안 수많은 사기와 배신의 이야기에 젖어, 비록 이웃이라 해도 모르는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믿음까지 잃어버린 것은 아닐가.

그녀의 우려가 리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였다. 우리 아빠트단지 위챗그룹에는 항상 ‘사기 조심’ 경고문이 빈번히 올라온다. “가정부 구한다며 선금을 요구하는 사기”, “배관공을 사칭하며 현금을 뜯어가는 사기범 조심하세요”와 같은 글들이다. 옆동네에서는 어떤 할머니가 가스점검을 핑게로 집에 들어온 사기군에게 금품을 빼앗겼다는 소식도 들려왔다. 이 모든 이야기들은 하나의 공통된 교훈을 웨친다. ‘모르는 사람에 대한 문은 쉽게 열지 마라. 믿음은 신중함 뒤에 있어야 한다.’

그러니 그 녀성이 문 앞에서 보인 경계심은 단순히 까다로운 성격 때문이 아니라 이런 피해 사례들과 수없이 반복되는 경고들이 만들어낸 자기방어의 본능에 가까웠다고 볼 수 있었다. 비록 상대가 본인이 쉽게 제압할 만한 동년배 녀성이라 할지라도. 그 문은 단순한 현관문이 아니라 불확실한 외부 세계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최후의 방어선이였을 것이다. 그 안에서 그녀는 수많은 경고문과 피해 사례들이 쌓아올린 ‘의심’이라는 성벽을 넘어서지 못한 채 나라는 존재를 ‘선의의 이웃’이 아니라 ‘잠재적 위협’으로 분류하는 데 더 익숙해져있었던 것이다. 그녀가 겪은 일들이 순수한 나눔의 마음보다 의심과 경계를 먼저 내보이는 것이 오히려 ‘상식’이 되게 만든 것이다. 그러다 보니 순수한 나눔마저도 먼저 ‘의심’이라는 시험대에 올린 것이다.

우리는 모두 너무나 외롭게 변해버린 것은 아닐가. 서로를 믿고 의지하던 시절은 간 데 없고 각자 철옹성 같은 방어벽을 쌓고 세상을 살아간다. 그 벽은 비록 나를 안전하게 지켜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작 그 안에서 나는 진정한 만남과 나눔의 기쁨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그렇게 우리는 ‘안전’을 선택한 대가로 ‘인정’을 잃어버린 것은 아닐가.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 그녀가 마지막에 보여준 민망해하는 모습에서 그리고 엘레베이터까지 따라나와서 버튼을 눌러주는 행동에서 여전히 남아있는 인간적인 순간을 보았다. 그 부끄러움은 그녀가 결국 ‘나’라는 한 사람을 대하는 데 있어 의심이라는 과도기를 지나 단순한 ‘위험요소’가 아닌 진정한 ‘이웃’으로 느꼈기 때문이 아닐가. 아직은 어둡고 서늘한 그림자 속에 가려져있는 그녀의 인심, 그 안에 작은 빛이 조금씩 반짝이고 있음을 나는 믿고 싶다. 오늘의 쓸쓸함은 그 따뜻한 빛이 더 커지길 바라는 마음에서이다. 언젠가 진정한 나눔이 두려움 없이 오갈 수 있는 날이 오길, 그런 세상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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