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의 생체해부학 (외 2수) □ 전병칠
— ‘두산촌 감자축제’에 부쳐

2025-12-05 08:57:17

감자의 눈은

천리가 지척이다

땅속 긴 어둠 속에서도

멀리 돌밭 화산재밭을 읽는다


감자의 귀는

땅의 맥박을 듣는다

비물이 스미고 뿌리가 속삭이고

별빛이 스며드는 진동까지를


감자의 발은

서로를 잡고 이끌어주며

돌과 바위를 비켜 길을 내고

스스로 자강을 세운다


감자의 손은 마법의 손

하늘이 해빛과 달빛을 모아

밭고랑에 꽃을 피워 올리고

짙푸른 함성을 노래로 추켜든다


감자의 머리에는 봄을 빼앗긴 들

군드러진 아픔과 슬픔이 앉아있고

화전밭 수레길 메웠던 민초의 울음이

민들레로 들국화로 뿌리 박혀있다


감자의 거치른 피부엔

수많은 점자로 글자가 새겨져있다

가뭄에 몸을 웅크린 날들의 옛말

여름장마에 젖던 지꿎은 날들의 기억


허기진 항일유격대 전사들 위해

밀영의 부엌 아궁이 숯불에

올망졸망 누워 노랗게 까맣게

한몸 익히던 이야기


감자는 가슴도 있다

감미로워 농마국수 같고

쫀득쫀득하여 감자송편 같고

풋풋한 정이 있어 감자찰떡 같다


감자는 입이 있어도 말을 하지 않는다

하늘을 가르는 천둥번개

소란스런 바람소리

못 본 척 못 들은 척

그저 묵묵히 땅을 딛고 살아간다


감자의 가족은 화목하다

아기자기 둥글게 모여

한 씨앗에서 태여난

작은 우주를 만든다


감자는 조용한 생명의 언어를

구수한 향기로 피워 올리고

땅속에서 찾은, 가장 따뜻한 철학을

휘영휘영 기발로 휘날린다


도토리나무


알록달록 화려한 옷차림으로

어디를 가는 거냐고요

나들이 가는 거 아니랍니다.

일상으로 입고 있는 가을옷인데요 뭐


단벌신사인 소나무보다는

내가 더 폼 나는 거 아니예요?

바람이 말했어요, 잎사귀가 넓어

왈쯔를 추기에는 내가 딱이라구요


해살은 매양 따스한 입맞춤으로

내 젖은 가슴이며 머리랑 말리워주고

달빛은 밤마다 찾아와 은은한 세레나데로

내 허리랑 팔이랑 다리랑 살찌워요


왜 굳이 다른 나무를 부러워해야 하나요

키가 작으면 뭐래요.

내 눈높이에 닿는 하늘엔

별들이 더 가깝게 반짝이는 것을

남의 기준에 맞출 필요 없어요

보이죠, 내 열매들이 막 익어가고 있어요

이제 저 아기들이 땅 우에서 굴러다니며

또 다른 삶을 꽃피울 거예요


밤나무, 감나무 멋지다 해도

그들과 똑같아야 할 리유가 없죠

누가 뭐래도 나는 흔들리지 않아요

난 뿌리 깊숙이 나를 간직하고 있어요


두 발로 내 열매를 움켜주고

신나게 먹어대는 다람쥐에게 물어봐요

홰불처럼 추켜든 꼬리에

누가 힘을 실어주었는가를


도토리묵 속에

감춰진 달콤함도 알죠

나만의 세계가 있어

나는 정말 무척 행복해요


도시 제비


번화한 거리를 마주한

18층 아빠트단지

1층 베란다 외벽에

제비 한가족이 집을 짓고 살고 있네

검은 제복 입은 저 제비부부

어느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탄 것 같네

시골 초가집 처마를 떠나

기동차 소음 많은 도시로 이사를 온 것 보면


회사에 취직이라도 했을가

어느 학교의 AI강사로 초빙됐을가

무슨 장사를 하는 걸가

무역회사라도 차렸을가


흙내음에 살이 찐 동네 골목길은

기억의 먼지로 흩어지고

새끼들 밥그릇엔

가로수 앉아있던 병든 벌레 한마리


누가 알가

빌딩숲 화살처럼 날으며

솟았다 내렸다 하는

저 작은 생명의 광란의 몸짓


지지배배

지지배배

노래라 하기에는 너무 슬프고

  울음이라 하기에는 너무 당차기만 하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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