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를 해보고 싶었다 (외 1수) □ 최기자

2025-12-05 08:57:17

어느 날 거울을 보다

문득 면도를 해보고 싶었다

할망구가 수염도 없으면서


이것도 발견이라면 발견


할아버지들 입가에

주름이 적거나 없는 리유는

오랜 세월

면도에 시달렸기 때문이라는 것


솔직히

시달리지 않는 삶이 어디 있으랴

이런저런 시달림에 시달리다 보면

상처자리에 새순이 돋고

돋은 새순이 항생제 되여

마음주름에 태클을 걸며

삶은 그렇게 살아지는 것


가볍게

차분히

멀리멀리

정배를 보내자

주름주름 마음주름들을




‘삥땅쿨로’


가늘게 살려놓은

텔레비 숨소리 밟으며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소리

삥- 탕후루-

삥- 탕후루-


초저녁잠에 드신 엄마가

없는 살림에

우리 칠남매 기르기에 기력을 소진하

신 엄마가

구순을 두 발 앞두신 엄마가

잠꼬대인 듯 중얼거리신다


땅-쿨-로

삥-땅-쿨-로


오래전

아주아주 오래전

땅쿨로 사달라는 우리에게

코물 발라 만든다고

더럽고 맛없다고 하신

땅쿨로 삥땅쿨로


썩 후에야 우리가 안

엄마의 거짓말 땅쿨로


아-

엄마가 잠꼬대인 듯 중얼거리신

그 땅쿨로를

내가 알면 얼마나 알가


엄마를 울렸을

그 시절 그 땅쿨로

두고두고 엄마를 울렸을

그 땅쿨로를

오늘 내가 운다

엄마를 운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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