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를 해보고 싶었다 (외 1수) □ 최기자
어느 날 거울을 보다
문득 면도를 해보고 싶었다
할망구가 수염도 없으면서
이것도 발견이라면 발견
할아버지들 입가에
주름이 적거나 없는 리유는
오랜 세월
면도에 시달렸기 때문이라는 것
솔직히
시달리지 않는 삶이 어디 있으랴
이런저런 시달림에 시달리다 보면
상처자리에 새순이 돋고
돋은 새순이 항생제 되여
마음주름에 태클을 걸며
삶은 그렇게 살아지는 것
가볍게
차분히
멀리멀리
정배를 보내자
주름주름 마음주름들을
‘삥땅쿨로’
가늘게 살려놓은
텔레비 숨소리 밟으며
멀리서부터 들려오는 소리
삥- 탕후루-
삥- 탕후루-
초저녁잠에 드신 엄마가
없는 살림에
우리 칠남매 기르기에 기력을 소진하
신 엄마가
구순을 두 발 앞두신 엄마가
잠꼬대인 듯 중얼거리신다
땅-쿨-로
삥-땅-쿨-로
오래전
아주아주 오래전
땅쿨로 사달라는 우리에게
코물 발라 만든다고
더럽고 맛없다고 하신
땅쿨로 삥땅쿨로
썩 후에야 우리가 안
엄마의 거짓말 땅쿨로
아-
엄마가 잠꼬대인 듯 중얼거리신
그 땅쿨로를
내가 알면 얼마나 알가
엄마를 울렸을
그 시절 그 땅쿨로
두고두고 엄마를 울렸을
그 땅쿨로를
오늘 내가 운다
엄마를 운다
来源:延边日报
初审:金麟美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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