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없으면 못 사는 줄 알았다
서른을 넘어 마흔을 바라보면서도
날마다 몇번이고 불러왔던
엄마
가실가 봐
정말 떠나실가 봐
뭐든지 다 해드리고 싶었으나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애만 태운
시월은 내편이 아니였다.
칠순 때 맞춘 치마저고리
곱게 입고 영영 길을 떠나시는 엄마에게
술잔을 채워놓고 큰절 세번에 미여지는 가슴
마지막인사의 무게를 홀로 견디며 일어섰다
살아가는 것이
허리 쭉 펴고 살아야 하는 것이
당신의 소원이였기에
웃어야 하는 리유를 찾으며
발길을 옮겨야 했다
나를 홀로 세우기 위한 리별은
심장에 아리게 가시로 꽂혀
숨쉬는 매 순간의 일깨움이 되고
엄마 없어도 밥 잘 먹고
엄마 없어도 옷 따뜻하게 입고
엄마 없어도 나다워져라던
어디에도 없는 엄마를
마음에 묻어두고
오늘 하루와 얼굴 밝힌다
밤창가에 서서
가로등 불빛 속에 고요로 채워진 자정
흔들 수 없어 가만히 담배불을 붙였다
엄마의 눈치도 잔소리도 없는
침묵의 공간을 숨쉬며
가슴에 자리한 시월이 꿈틀 아프다
축시의 끝자락에서 마지막인사는
꿈에 남긴 한마디
ㅡ 엄마 간다
어둠을 헤집고 허겁지겁 뛰여간
독방 병실에는 오가는 대화가 없었다
차마 잘 가시라 말 못하고
꼭 깨문 입술 사이로 숨결만 거칠던
음력 구월 초나흘의 두시 오십분
이승과 저승 사이를
아득하게 떼여놓으며
날은 무정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눈 내리는 시골집에서
바람 멈춘 자리에
야위여가는 사연과 마주 서서
오늘은 눈을 감기로 했다
차겁게 하얘지는 길 잃은 약속
밟혀서 굳어지는 딱딱한 시간
엄마의 하늘에는 꽃바람 부는 풍경이 흐른다
정원 여기저기 메마른 풀잎 사이
세월의 속삭임이 스치면
실로 꿰여맨 메주콩은
모락모락 김을 피우며
울바자에서 구수하다
시래기장국을 끓이며
멋을 피우지 않아도
맛이 깊은 삶이 끓어번진다
잘 익은 된장 한술에 고달픔을 달래며
엄마의 하루가 위로를 받던 밥상
뜨거운 가난을 숟가락에 담아 훌훌 불면
문풍지 사이로 새여드는 바람도 춥지 않았다
엄마야
서리낀 창문가에 아침볕이 내려앉으면
웃음으로 맞는 새날이 눈부셨다
사랑으로 희망을 연주하며
없는 세월에도 가슴에 가득
행복을 살찌워준 내 엄마야
지금 난
멋을 내지 않아도
맛이 깊은 철학을 부글부글 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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