령하의 매서운 추위가 대지를 얼구고 있던 2월의 연길, 하지만 연길시청소년활동중심의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차가운 겨울바람은 아이들의 웃음소리와 배움의 열기에 녹아내린다. 방학을 맞이해 각자의 꿈을 찾아 모여든 아이들과 그들의 성장을 돕는 선생님들이 만들어내는 풍경은 마치 다가올 봄을 앞당긴 듯 생동감이 넘친다.

오전 8시, 도심의 출근길 소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청소년활동중심의 성악교실에서는 맑은 피아노 선률이 흐른다. 이곳의 지휘자는 10년차 베테랑 성악교원 김은희이다. 그녀의 손끝에서 시작된 리듬에 맞춰 십여명의 아이가 호흡을 고른다.
“노래를 배운다는 것은 봄에 씨를 뿌리기 전 땅을 고르는 것과 같습니다. 제대로 된 호흡이 곧 건강한 토양입니다.”
김은희의 교육철학은 ‘기다림’과 ‘맞춤형’으로 요약된다. 지난 10년간 그녀의 손을 거쳐간 제자만 1500여명, 그녀는 아이들의 음색 하나하나를 악기처럼 소중히 여긴다. 수줍음이 많은 아이에겐 자신감을 심어줄 독창 파트를 선물하고 음정이 불안한 아이에겐 곁에서 수십번이고 함께 노래하며 길을 찾아준다.
벽면 가득 붙은 공연사진들은 그간의 치렬하고도 아름다왔던 기록들이다. 지역 음력설문예야회부터 CCTV 무대, 국가 주요 기념행사까지 아이들의 목소리는 점점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뻗어나갔다.
“제 자부심은 트로피가 아니라 노래를 통해 비로소 웃음을 찾은 아이들의 얼굴에 있습니다.”
그녀는 이제 조선족 민요와 현대적 감각을 결합한 커리큘럼을 통해 우리 고유의 전통문화가 아이들의 목소리로 면면이 이어지길 꿈꾸고 있다.
9시 40분, 3층 로보트교실로 발걸음을 옮기면 분위기는 사뭇 진지해진다. 이곳에서 우리는 문화의 외연이 기술과 결합하여 확장되는 광경을 목격하게 된다. 정교한 회로와 각종 부품이 가득한 테블 앞에서 과학교원 최찬이 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다. 부품 하나하나를 련결해 하나의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로보트를 만드는 과정은 아이들에게 정교한 미학적 령감을 제공한다.
2016년 이곳에서 일을 시작한 그는 ‘살아있는 지식’을 강조해왔다. 책 속에 갇힌 리론이 아니라 아이들의 손끝에서 실제로 움직이고 작동하는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그녀의 목표이다. 이를 위해 그녀와 동료들은 9년 동안 200여건이 넘는 독자적인 교안을 개발했다.
최찬의 시선은 활동중심 내부를 넘어 소외된 지역으로도 향한다. 그녀는 직접 실험상자를 들고 농촌학교와 사회구역을 찾는 ‘과학하향’ 활동에 매진해 왔다. 이는 문화향유의 격차를 해소하는 중요한 문화복지적 행보로 소외된 농촌지역 아이들에게 기술이라는 새로운 문화적 언어를 선물하는 일로 주목을 받아왔다.
“도심 아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은 농촌 아이들의 그 간절한 눈빛을 잊을 수 없습니다.”
물리학 전공자로서의 전문성에 창의적 교육법을 더해 그녀는 오늘도 미래의 과학도들을 위해 로보트의 바퀴를 함께 조립한다.
10시 50분, 최림철 선생님의 ‘창의사고력’ 클래스는 지적인 유희가 정점에 달하는 곳이다. 그의 수업은 정답을 찾는 과정이 아니라 ‘생각의 쪼각을 맞추는 퍼포먼스’이다. 스도쿠(数独)와 퍼즐, 론리 퀴즈를 통해 아이들은 보이지 않는 사고의 구조를 시각화하고 설계한다.
지난 1년 반 동안 그가 설계한 96개의 커리큘럼은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세대에게 ‘질문의 미학’을 일깨워주었다. 이곳에서 아이들은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가장 중요한 문화적 력량인 ‘비판적 사고’와 ‘창의적 문제해결력’이라는 내공을 기른다. 최림철은 지식을 전달하는 강사가 아닌, 아이들의 내면에서 잠자고 있는 지적 호기심을 깨우는 ‘마인드 아티스트’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다.
이처럼 다채로운 문화교육이 가능하게 된 배경에는 연길시청소년활동중심의 확고한 교육철학이 있다. 최봉덕 부주임은 예술, 체육, 과학, 인문학 등 50여개에 달하는 특색 있는 교육 과정을 직접 챙기며 아이들의 ‘꿈의 지도’를 그리고 있다.
그는 “예술, 미술, 문학, 체육 등 다양한 강좌를 통해 우리 지역의 문화저변을 넓히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우리의 미래 세대가 공통적인 문화경험을 공유하며 하나의 거대한 문화공동체를 형성해나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라고 털어놓는다.
이번 겨울방학 동안 이곳 활동중심을 찾는 학생은 일평균 1700명에 육박한다. 수자가 증명하듯 이곳은 이제 단순한 방과후 학교를 넘어 우리 지역 청소년들의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문화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연길시청소년활동중심은 더 이상 방과후의 교육관에 머물지 않는다. 전통과 현대, 예술과 기술, 문화와 과학이 교차하는 이 력동적인 현장은 연길이 가진 문화적 잠재력을 가장 잘 보여주는 상징적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신연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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