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입센과 쉑스피어가 나와야 한다. 위대한 시대는 위대한 예술을 부른다.”
1985년, 중국의 거장 극작가 조우가 잡지 《신극본》의 탄생을 축하하며 던진 이 일갈은 41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중국 연극계의 뼈아픈 리정표로 남아있다.
최근 북경에서 열린 《신극본》 좌담회에서는 연극계의 고질적 난제인 ‘극본 기근’ 현상이 다시한번 도마 우에 올랐다. 매년 수많은 희곡이 쏟아져 나오는 데도 왜 현장에서는 ‘쓸 대본이 없다’는 탄식이 끊이지 않는 것일가.
중국연극가협회의 2024년 최신 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중국 전역에서 창작된 대형 희곡은 6000부를 웃돈다. 이중 절반 이상이 실제 무대에 올려졌다. 결코 적은 수자가 아니다.
중국연극가협회 부주석 진용천은 이 현상을 “극본 자체가 부족한 것이 아니라 ‘좋은’ 극본이 부족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소재의 자기복제, 단조로운 미학적 양식, 관객의 요구와 동떨어진 서사 그리고 소수 유명 작가에게만 의존하는 고질적인 풍토가 ‘좋은 극본’의 탄생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북경대학 장이무 교수는 량적으로는 평범한 작품들이 모였지만 시대를 관통하고 사회 발전을 선도하는 예술적 정점에는 도달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내놓았다.
력사적으로 중국 연극은 늘 시대와 공명하며 분출했다. 항일투쟁을 고취했던 ‘국방연극’으로부터 개혁개방 이후의 ‘탐색연극’에 이르기까지, 걸출한 작품들은 모두 당대 대중의 갈망과 시대정신을 정확히 꿰뚫었을 때 탄생했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은 이른바 ‘매너리즘에 빠진 기성품’이라 불리우는 영양가 없는 대본들이 장악하고 있다.
상해화극예술쎈터 예술감독 유영준은 “창작자들에게 더 많은 탐색의 공간을 허용하고 연극이 본연의 사변적 힘을 회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화하는 관객의 미학적 취향도 ‘좋은 대본’의 정의를 새로 쓰고 있다. 과거 추정지, 막언과 같은 거물급 소설가들이 연극계로 류입되며 문학적 깊이를 더했다면 최근에는 뉴미디어 종사자나 자유 기고자들이 쓴 가벼운 ‘패스트푸드형’ 대본들이 젊은층의 호응을 얻기도 한다.
최근의 가장 주목할 만한 변화는 ‘연예 신공간’이라 불리우는 새로운 공연문화이다. 몰입형 공연, 관객 참여형 희극이 관광 및 문화 산업과 결합하며 주류로 부상하고 있다.
상해연극학원 라회진 교수는 “지난 수백년간 지속된 액자형 무대의 틀에서 벗어나 인공지능, 2차원 문화 등 새로운 현상을 극적 서사로 끌어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좌담회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극본이 단순히 무대 우의 텍스트에 머물러서는 안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극본은 모든 문화창의산업의 핵심이자 사회, 경제 발전에 문화적 동력을 제공하는 엔진이여야 한다는 것이다.
장이무 교수는 “극본은 문화산업 전반을 이끄는 힘”이라며 “경계를 허무는 창작을 통해 희곡이 가진 사회적 가치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력설했다.
겨울날의 대극장은 전통극과 현대 코미디를 보러 온 인파로 북적였다. 관객은 여전히 연극을 원하고 있고 무대는 준비되여있다. 이제 공은 다시 작가들에게 돌아갔다. 시대의 질문에 정면으로 답하는 ‘단 한줄의 명대사’가 필요한 시점이다. 신화넷
- 많이 본 기사
- 종합
- 스포츠
- 경제
- 사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