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기술박물관에서 선보인 덕화 백자작품 <신화>가 온라인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영화 속 인물인 ‘옥수 공주’를 모델로 제작된 이 백자는 “멀리서 보면 부드러운 비단 같고 가까이서 보면 정교한 도자기”라는 탄성을 자아낸다. 0.2밀리메터 두께의 도자기 베일은 날아갈 듯 투명하고 0.3밀리메터 두께의 머리카락 섬유는 한가닥한가닥 생생하게 살아있어 섬세함으로 수많은 누리군을 놀라게 했다.
이 작품의 탄생 뒤에는 끊임없이 한계에 도전한 한 가족의 헌신이 있었다. 무형문화유산 전승인인 련덕리와 그의 안해 증벽진은 수십년간 이어져온 전통격식을 과감히 벗어던졌다. 도자기 흙 배합을 처음부터 다시 조정하고 가마에 구워내는 공정을 끊임없이 가다듬으며 수백번의 시험 끝에 백자의 기술적 한계를 뛰여넘었다. 그 결과 옛 정취와 현대적 감각이 어우러진 명작을 탄생시켰고 천년 력사의 덕화 백자에 매여있던 고정관념을 깨부수며 젊은 세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사실 ‘뛰여난 기예를 갖추었음에도 향유층이 극히 제한적인’ 아쉬운 현상은 덕화 백자만의 문제가 아닌 오늘날 수많은 무형문화유산이 직면한 공통과제이다. 적지 않은 무형문화유산 종사자들이 ‘전통의 고수’를 단순한 ‘구태의연함’과 혼동한 나머지 옛 기법과 소재만을 고집하군 한다. 이 과정에서 변화하는 대중, 특히 젊은층의 미적감각을 놓쳐 무형문화유산과 현대생활 그리고 청년세대 사이의 련결고리를 스스로 끊어버리는 우를 범한다. 무형문화유산은 박물관에 고이 모셔진 변하지 않는 정적인 력사의 유물이 아니라 삶에 뿌리를 내리고 시대와 함께 숨쉬는 살아있는 문화적 생명체이다. 시대적 맥락을 잃어버린 채 오래동안 제자리에 머물러있다면 아무리 오랜 기예라 할지라도 자생력을 잃고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혀질 수밖에 없다.
예나 지금이나 무형문화유산 전수자들은 계승과 창조라는 묵직한 사명을 가슴에 품어왔다. 계승이란 오래동안 축적되여온 장인정신과 문화적 정체성을 지켜내는 것이며 창조란 시대의 흐름과 호흡하는 새로운 문화적 감각을 더하는 것이다. 수많은 무형문화유산 프로젝트가 대중적 성공을 거둔 사례는 전통과 현대의 접점만 정확히 찾아낸다면 옛 손기술도 얼마든지 새로운 활력을 되찾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중경 영창의 천년 모시 역시 과거에는 가공되지 않은 원단 형태로 수출되여 부가가치가 낮고 시장이 좁았다. 하지만 고향으로 돌아온 젊은 전수자들은 전통 직조기법을 지키는 동시에 대담한 융합을 시도했다. 천년 모시로 표지를 만들고 선지로 속지를 채운 노트부터 원색 모시를 활용한 차 필터, 조명 갓, 가방 등 정교한 제품을 선보였다. 먼지만 쌓이던 옛 원단을 최신 국풍 추세의 제품으로 만들어내며 영창 무형문화유산 관련 산업의 생산액을 100억원 이상으로 이끌었다.
무형문화유산과 젊은 소비 추세의 만남은 수많은 히트 상품을 탄생시켰다. 왕씨 그림자극의 5대 전수자 당비화는 무대 우에서 관객을 기다리는 대신 경극 탈을 활용한 제품을 출시하고 주요 도시에 체험형 공간을 조성하며 그림자극을 청년들이 열광하는 문화창의 상품으로 변모시켰다.
이러한 성공사례들의 공통점은 무작정 옛것을 복제하거나 본래의 가치를 버린 채 눈앞의 추세만을 좇지 않았다는 점이다. 클래식함과 신선함을 조화롭게 융합하여 무형문화유산을 ‘박물관 안의 전시품’에서 ‘일상 속의 생활용품’으로, ‘일부만 즐기던 전통기술’에서 ‘대중이 선택하는 문화적 취향’으로 바꾼 것이다.
무형문화유산의 생명력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과거와 미래를 잇는 시대적 약속이 필요하다. 모든 ‘옛 손기술’은 전통을 온전히 계승하면서도 새롭게 거듭나는 ‘창조적 전환’과 ‘혁신적 발전’을 이루어야 한다. 창조적 전환이 전통문화의 형태를 시대에 맞게 재구성하고 변형하여 현대적 감각을 입히는 혁신이라면 혁신적 발전은 그 내면의 가치와 의미를 보완하고 확장하여 감동과 영향력을 넓히는 진화의 령역이다. 둘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유기적인 관계이다. 창조적 전환이 없다면 대중에게 다가서지 못한 채 갇혀있을 것이며 혁신적 발전이 없다면 오래동안 샘솟는 생명력을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형문화유산이 수천년의 세월을 뛰여넘어 지속될 수 있었던 힘은 력사의 지면에 굳어버린 표본이 아니라 세대에서 세대로 이어지며 삶의 지혜와 시대정신을 담아낸 살아있는 문화였기 때문이다. 본질을 지키되 옛것에 안주하지 않고 뿌리를 잃지 않으며 끊임없이 혁신할 때 비로소 무형문화유산은 현대인의 미적 취향과 삶의 방식 속에 깊이 스며들 수 있다. 그리하여 ‘보호받아야 할 유산’을 넘어 ‘사랑받는 문화’로 거듭나고 사람과 물건 그리고 삶이 어우러지는 현장에서 천년의 문화적 맥락이 대를 이어 새롭게 피여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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