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기층행) 예순 나이에 변강마을에서 창업의 하늘 열다

2023-01-25 16:10:42

정월 초이틀, 화룡시 숭선진 동강촌은 간밤에 내린 눈으로 온통 하얗게 물들었다. 섭씨 령하 25도의 강추위에도 얼어붙지 않은 두만강이 마을 옆을 흐른다. 마을길은 인적이 드물었지만 집마다의 굴뚝에서는 뭉게연기가 타래쳐오른다. 

땅끝마을 길바닥에 쌓인 청정지역 깨끗한 눈은 아직 밟고 지나간 이가 없어 흰 비단을 곱게 펴놓은듯 했다. 이때 뽀드득 뽀드득 눈 밟는 소리가 저편에서 들려오며 정적이 깨진다. 마을 밖 강가에서 산천어양어장을 경영하는 전봉철(67세)이 뚜벅뚜벅 동구밖으로 향한다. 매서운 추위 때문에 두터운 모자는 귀밑까지 덮었고 방한마스크는 얼굴을 감쌌으며 눈에 빠질세라 장화도 신었다. 

1월 23일, 전봉철이 양어장에서 시설을 관리하고 있다.

마을을 나와 20분 정도 걸으니 양어장 입구에 도착했다. 두만강이 동강촌 구간을 흘러지나기 전 산에서 흘러내려오는 샘물과 합수하는데 이 합수목부터 하류 홍기하다리까지의 3리에 산천어가 서식한다고 했다. 어장에서는 이 류역의 물을 끌어다 산천어를 키우고 있었다. 지리적 리점을 최대한 리용한 것이다. 

3년간의 건설을 거쳐 바야흐로 정상궤도에 진입한 현재의 양어장을 보면서 전봉철은 지난 시간을 떠올렸다. 지난 세기 80년대에 강변의 이 늪을 도급맡아서부터 자금이 없어 그냥 방치해두었지만 천혜의 이 부지를 결코 양도하지 않았고 시기를 기다렸다. 그러던 2010년, 그들 내외와 아들은 이 땅에 기어이 양어장을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돌연 한국행을 결심했다. 그곳에서 십년 가까이 이를 악물고 중로동을 버티면서 사업자금을 마련했다. 그러다 2019년에 한가족은 마을로 돌아와 양어장건설에 손을 대기 시작하였는데 지금은 기초시설이 완공된 상태이고 산천어가 이미 못에서 자라고 있다. 이제 추가로 손님들 놀이터 같은 부대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양어장에 들어가 환경을 둘러보니 1600평방메터의 큼직한 못이 조성되였고 주변에는 산들이 울타리처럼 둘러싸고 있었다. 옆에는 검푸른 두만강이 흐르고 있었는데 겨울이라 강면에서 흰김이 피어올랐다. 전봉철에 따르면 봄이면 치어를 400근 정도 못에 풀어놓고 반년 정도 지나 마리당 6냥 정도가 됐을 때 낚아올려 손님들에게 판매하고 있다. 산천어는 성미가 급해 잡아올리면 금방 죽어서 손님들이 왔을 때 즉석에서 낚아올려 판다고 했다. 겨울에는 한달에 100근 정도씩 팔고 있는데 가격은 근당 100원이라고 했다. 한겨울에도 주문이 꾸준히 들어온다고 했다. 

예순 나이에 회심의 창업을 선포하는 배포가 남달라보였다. 한적한 변강마을에 창업의 하늘이 열리고 있었다.


글·사진 남광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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