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갈림길에서 방황하던 어느 날
자석처럼 마음 끄는 빛 하나
쏜살같이 날아와 나한테 꽂혔다
그 빛으로 널 만들어
내 자궁 옆에 소중히 집어넣었다
두번째 자궁
내가 만든 작고 아담한 령혼의 집
하늘과 땅 산과 바다
나무와 바위 꽃과 풀
해와 달과 별
이 세상만물 모두가 나의 사랑이거늘
그들과 사랑을 하면 난 인츰 입덧을 한다
늘 잉태하고 출산하느라 분주한 너
빛, 그것은 문학이요
두번째 자궁 속 아이들은
펄펄 살아숨쉬는 나의 시이거늘
뼈 깎는 산고의 아픔 지나
하나 둘 새 생명이 태여날 때의 그 희열
두번째 자궁
아 시의 고향
내 령혼의 푸른 채찍이여.
두번째 자궁 2
너한테 오는 데 반생이 걸렸다
너를 만들어 낡은 내 자궁 옆에
가지런히 놓은 데 또 십년이 걸렸다
내 령혼이 불꽃 튀고
세상 만물과 초점 맞추는 날은
작은 씨앗 한톨 물고 시가 오는 날
그걸 놓칠세라 냉큼 붙잡아
너한테 집어넣으면
어김없이 그것들을 잉태하는 너
새와 사랑을 하면 새를 낳고
꽃과 사랑을 하면 꽃을 낳고
해 달 별과 사랑을 하면
해 달 별을 낳는다
시가 오는 날이면
너와 내가 하나로 되는 날
또 너희들 두 자궁이 뜨겁게 포옹하는 날
네 가슴에 귀 대보면
삶의 노래로 넘쳐 나거늘
아 삶이란 원래 이렇듯 아름다운 것인가
두번째 자궁
오 나의 태양
나의 우주여.
자기마당
너의 부름소리 너무 간절해
가던 걸음 멈추고
네 가슴에 살며시 귀 대보았다
-숙이야
N극에서 들려오는 소리
-숙이야
S극에서도 들려오는 소리소리
네 온몸 여기 저기엔
온통 나에 대한 사랑으로 넘쳐 나거니
끌어당기는 그 힘 너무 커
그만 네 그 푸른마당에 풍덩 빠지고 말았다
마침내 사랑이 열린다
우주가 열린다
네한테로 다가가 평생
너만을 위하는 N극
S극으로 살아가리니
자기마당
오
둘도 없는 내 사랑아.
뼈 섬 (骨岛)
40여년 몸부림 끝에
드디여 삶의 바다에서
섬으로 일어선 너
-허리에 생겼어요
허리사진 들여다 보며 하는
의사 선생의 말씀
-백만명당 한사람 꼴로 있는 병
바이두가 근심스레 해주는 말씀
그렇구나
차분히 허리 사진 가슴에 꼭 끌어안았다
섬으로 변하지 않으면
그게 오히려 더 이상한 일
왜 날 이렇게 망가뜨렸냐 노려 보는 것 같아
저절로 머리가 숙어지는 이 아침
얼마나 힘들었으면 삶의 바다에서
반란을 일으켜 슬픈 섬으로 솟았을가
허리 울음소리 들려 오는 것 같아
얼른 두 눈 감아버렸다
그리고 다가가 꼭 끌어안아주었다
얼마나 힘든 세월 우리 함께 해왔더냐
내 삶의 바다에 새로 태여난 아기섬
온몸 여기저기에 이불짐 풀어놓고
웅크리고 앉아있는 불청객
서러움에 떨며 이 불청객과 함께
살아가야 하는 억울함
섬아
뼈 깎는 아픔 딛고 우리 다시 일어나
웃으며 남은 생 잘 살아 보자
흰머리 뒤집어쓴 집체호가
눈물 흘리며 달려와 와락 끌어안아준다.
삶의 노래 1
언제부터였던가
삶의 세찬 바람에 휘청이다가
요추와 흉추는 꼭 잡고 있던 손을
그만 서로 놓쳐버리고 말았다
그러자 그 사이에 생겨난 커다란 분단선
천길계곡으로 떨어져버린 허리
계곡에서 빠져나오려고 안깐힘 쓰며
필사적으로 발버둥쳤다
몇천만대의 침
수많은 칼침과 불침들이
그들을 다시 이어놓으려 했으나
두 손 두 발 들고 다 도망쳐버리고 말았다
쥐구멍에도 볕 들 날이 있다고
그 누가 말했던가
온몸 각들의 반란에
삶의 끈 놓아버리고 통곡치고 있을 때
혜성인양 나타난 고마운 의사선생님
아까울싸
아픔과만 씨름해온 내 청춘 내 인생
몇십년 만의 리산가족 상봉이여
-고마워요
은인에게 허리 굽혀 절하며
흐느끼는 엄마의 목소리
하늘나라에서 금방 들려 오는 듯
수십년 아픔 갈아
진주로 태여난 요추 흉추야
우리 다시 떨어지지 말고 손에 손잡고
우리들의 푸른 노래 엮어나가자
삶의 노래
그것은 나만이 부를 수 있는
삶의 아리랑이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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