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으로 피고 싶어라
꽃중의 꽃
뭇꽃들이 시샘하는 자색을 갖춘
그 하얀 백목련으로 피고 싶어라
나비 꿀벌들이
오금 못쓰도록
순백의 꽃잎을 펼치고
슬프도록 아련한 향을
바람에 조금씩 실으면서
목련으로 향기롭고 싶어라.
여보게 봄이 오고 있다네
봄이 아직은 멀었지 않겠나
꽃이라도 펴야 봄 아니겠나
배꽃 정도는 펴야 봄소리 낼 만하지 않겠나
근데 가슴이 두근거리는 걸 보면봄이 오고 있는 게 분명해
봄이 오고 있다고
바람이 소식 전해주고 있지 않나
봄이 오고 있다네
봄이 오는 길이라네
록색 치마자락 끌고 사뿐히 오고 있다네
어서 꽃씨 뿌릴 준비나 서두르세나
봄노래 부를 목청이나 가다듬으세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잠을 즐겼습니다
저녁 여덟시부터 아침 여덟시까지
할 일이 태산인데
그 태산을 저쯤 밀어놓고
꿀잠을 즐겼습니다
세상이야 돌아눕든 일어서든
할일이야 늘어나든 불어나든
오늘이야 립춘이든 대길이든
하루에
곱하기 삼 해서
더 자고 싶습니다.
명함장
내게도 명함장이 있었다
내 투덜거림과
내 아픔과
내 희노애락을 그대로 담은 명함장
여긴
총성 없는 전쟁터
부글거리는 화산
혹은
봄비 맞은 꽃동산
황금빛 단풍으로 아름다운 에덴
원망도 가라
미움도 가라
응석도 설자리 없다
어머니처럼 인내하면서도
아버지처럼 꿋꿋이 존엄을 지키며
나의 눈물과 나의 서러움과 나의 즐거움까지
또박또박 적혀있는
너는 명함장이라기보다
내 인생의 기록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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