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민속과 화합의 장, 오감으로 즐기는 단오

2026-06-23 09:01:17

‘어기여차!’

거친 숨소리와 함께 모래판에 바람이 가볍게 일었다. 허리춤에 단단히 조여맨 삿바를 서로 움켜쥔 두 선수의 팔뚝에 힘줄이 불끈 솟아오른다. 상대를 넘어뜨리려는 자와 버티려는 자의 팽팽한 수싸움이 이어지는 곳, 바로 조선족 전통씨름이 한창인 룡정시 지신진 승지촌에서 열린 단오맞이 축제 현장이다.

올해는 특이하게도 4살박이 꼬마들까지 모래판에 섰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서로를 끌어안고 낑낑대며 밭다리를 거는 시늉을 하자 둘러선 관객들 사이에서 “아이구, 귀여워라!” 하는 웃음과 함께 떠나갈 듯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승부의 결과를 떠나 모래판은 이미 모두가 하나된 잔치마당이였다.

단오축제 행사에서 펼쳐진 조선족 전통 씨름경기 한 장면.

고개를 돌려보니 이번에는 푸른 하늘을 향해 치솟는 치마자락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길게 내려뜨린 그네줄에 몸을 실은 녀인들이 발을 구를 때마다 오색빛갈의 조선족 전통복장이 해란강 바람을 타고 나비처럼 날아올랐다. 그네가 최고점에 다달아 방울을 울리는 찰나, 구경하던 이들의 입에선 저도 몰래 짧은 탄성이 터져 나온다. 땅 우에서는 힘차게 대지를 박차는 씨름군의 기개가, 하늘에서는 바람을 가르는 그네뛰기의 우아함이 교차하며 승지촌의 단오축제를 생동감 있게 깨우고 있었다.

제1회 해란강 단오 민속문화관광축제가 열린 승지촌은 연변의 력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주덕해 생가가 있는 유서 깊은 고장이다. 축제가 시작된 19일, 마을 입구에 새로 문을 연 ‘주덕해 생평전’에는 귀한 사진과 빛바랜 기록을 보기 위해 수많은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거칠고 치렬했던 옛 세월의 붉은 발자취를 돌아본 이들은 자연스럽게 대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겨 ‘민족단결 장권’에 저마다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력사의 숨결이 살아 숨쉬는 땅 우에서 오늘을 사는 이들이 다시한번 화합의 약속을 나누는 순간이였다.

개막을 알리는 장구춤과 농악무의 신명 나는 가락이 울려퍼지자 마을 전체가 들썩였다. ‘상모춤 체험존’은 그야말로 문전성시였다. 룡정시에서 온 만족 소년 리일명은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상모를 돌리려 애를 썼다. “학교에서 책으로만 보던 상모춤을 직접 춰보니 목이 좀 뻣뻣하긴 해도 정말 신나고 재밌어요!” 소년의 해맑은 웃음 뒤로 멀리 장춘에서 온 왕씨가 연신 카메라 샤타를 누르고 있었다. 그녀는 옆자리에 앉은 연변 현지인 김씨에게 조선족의 단오풍습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낯설었던 연변의 매력에 듬뿍 매료된 표정이였다.

단오축제에서 열린 다양한 민속행사.

마을 안길을 따라 이어진 도로에는 그야말로 오감을 자극하는 풍경이 펼쳐졌다. ‘풍미식방’, ‘룡정선물’, ‘장심문창’, ‘풍성장터’로 이름 붙여진 4대 장터에는 발 디딜 틈 없이 인파가 몰렸다. 찰떡을 치는 쿵덕 소리와 함께 고소한 향이 코끝을 스쳤고 한편에서는 투호 던지기, 윷놀이 게임이 한창이였다. 게임에 이겨 받은 점수로 농가 맛집 쿠폰이나 관광지 입장권을 받아 든 관광객들의 얼굴에는 흐뭇한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마을 옆 아름드리 나무가지에는 저마다의 소원을 담은 카드가 바람에 살랑였다. 룡정시민 박씨는 손녀와 함께 ‘우리 가족 모두 건강하고 행복하게 해주세요’라고 적은 카드를 나무가지에 정성스레 매달았다. 가족의 안녕을 비는 단오의 오랜 풍습이 해란강변에서 재현되는 순간이였다.

이윽고 축제의 하이라이트인 ‘민족단결 쭝즈 함께 싸기’와 ‘장탁연(长桌宴)’이 문화대례당에서 펼쳐졌다. 각양각색의 민족의상을 입은 이들이 둥글게 둘러앉아 싱그러운 잎사귀를 말고 찹쌀을 채워 넣으며 실을 묶는 손길이 분주했다. 서로의 서툰 솜씨를 받아주고 알려주며 빚어낸 쭝즈와 시원한 배추김치가 상에 가득 차올랐다.

정성스레 준비된 찰떡, 화과, 순대 등 연변의 소박하고도 깊은 맛이 어우러진 밥상에 앉은 이들은 처음 본 사이임에도 오랜 이웃처럼 스스럼없이 음식을 나누어 먹었다.

“한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으니 진짜 한식구가 된 것 같아요.” 장춘에서 온 리씨는 연신 감탄했다.

  글·사진 신연희 기자

来源:延边日报
初审:林洪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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