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고 또 배울래요” □ 정문준

2024-12-06 08:31:34

새끼제비는 깜찍한 연미복을 입은 맵시로 둥지에서 튀여나왔습니다.

“이젠 나 혼자 날아다닐 거예요. 지지배배…”

엄마제비가 따라오면서 나무람했습니다.

“얘야, 조금 날 줄 안다고 너무 우쭐대지마. 변덕꾸러기 하늘이 무서운 줄도 알아야 해. 그리고 날벌레를 잡을 줄도 알아야 하구…”

“엄마두 참! 내가 날 줄을 아니깐 무서운 게 없다니깐요. 그리고 날벌레보다 내가 더 빠른데 그걸 못 잡아먹을라구요…”

새끼제비는 제멋대로 날개질 하면서 엄마제비를 앞질러 날아갑니다.

구름발이 목화송이처럼 피여나고 있었습니다. 하얀 꽃잎을 날리던 구름발이 홀연 엄마오리와 새끼오리로 되여 동동 헤염을 치기도 하고 두 귀가 빨쭉한 엄마토끼와 새끼토끼로 탈바꿈하면서 깡충깡충 뛰여다니기도 합니다…

대자연이 베푼 황홀경에 빠진 새끼제비는 환성을 질렀습니다.

가로세로 구름발을 가르면서 하늘놀이를 즐기던 새끼제비는 슬슬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배 속에서 꼬르륵하고 시장기가 일었던 것이랍니다. 날아다니는 모기와 파리, 잠자리와 나비들이 있었지만 쫓아가다가 놓치고는 맥이 탁 풀리고 말았습니다. 그제야 새끼제비는 엄마제비를 찾으면서 허둥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구름 밖에도 엄마제비가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저도 몰래 입부리에서 울음이 흘러나왔습니다.

“엄마! 난 배고파요!”

갑자기 불어온 돌개바람이 새끼제비를 휘감아서 멀리로 뿌려던졌습니다. 새끼제비의 울음이 자지러지게 터졌습니다.

“엄마야! 난 하늘이 무서워요! 지지배배…”

강여울 자갈밭에 떨어진 새끼제비는 날개와 시린 발이 아프고 쓰렸습니다. 새끼제비의 앞은 거세찬 강물이 막아섰습니다. 쬐꼬마한 날개로는 힘이 터무니없이 모자라서 건너갈 수가 없는 강물이 눈앞에서 물결치고 있었습니다. 선뜩선뜩한 강바람이 불어오고 있었습니다. 새끼제비는 배고픔을 못 참아 푸드득 몸을 솟구면서 날아가는 잠자리를 붙잡으려고 입부리를 벌려보았습니다. 홀짝 비켜선 잠자리가 머리 우에서 선자리비행을 하다가 하늘거리면서 강건너로 날아갑니다. 엄마제비가 잡아준 날벌레들을 받아먹고 힘이 났던 그날이 다시금 그리워진 새끼제비였습니다. 흐린 날이면 엄마제비는 낮추 날면서 날벌레를 잡는 재간을 보여주군 했습니다. 불볕이 뜨거운 날이면 엄마제비는 꽁지로 물 차기를 하면서 수상스키선수 마냥 강바람을 타군 했습니다. 그것은 다른 새들은 아예 본 딸 수가 없는 멋진 재간이였습니다. 그런 재간을 배우지 못한 새끼제비는 이제야 모진 뉘우침에 감겨들었습니다. 엄마제비처럼 몸을 솟궈 낮추 날다가 새끼제비는 하마트면 강물에 빠질 번했습니다. 게다가 물 차기 재간을 모르는 새끼제비는 안타까워 발을 동동 구르면서 강바람에 목청을 날려보냈습니다.

“누가 저를 도와 강을 건너게 해주세요!”

물결을 가르면서 잉어들이 헤염쳐왔습니다. 엄마잉어의 등지느러미를 붙잡고 춤을 배우던 새끼잉어들도 따라왔습니다.

새끼잉어 하나가 봉긋한 입을 내밀었습니다.

“엄마, 새끼제비에게 헤염 치는 재간을 배워주자요. 우리처럼 쉽게 강을 건너가게 말이예요…”

엄마잉어가 일깨워줬습니다.

“제비는 하늘에서 자유롭게 날 수 있지만 우리랑 숨 쉬는 방식이 달라서 헤염을 배우자면 위험해.”

그러자 다른 새끼잉어가 끼여들었습니다.

“엄마야, 새끼제비는 엄마 말을 안 듣고 날다가 땅에 떨어져서 길을 잃은 것 같아요.”

그 소리에 새끼제비는 부끄러워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얘들아, 새끼제비를 비웃지마. 너희들도 엄마 말을 안 듣고 장난질하다가 하마트면 악어밥이 될 번한 적이 있잖아.”

그만 부끄러워난 새끼잉어들은 엄마잉어의 배 밑으로 쏙쏙 숨어들었습니다.

새끼잉어 하나가 다시 머리를 빠끔히 내밀고 새끼제비의 날개와 아픈 발을 포근히 지느러미로 덮어주었고 다른 새끼잉어들도 새끼제비가 엄마의 잔등에서 떨어지지 않도록 선헤염을 치면서 가슴지느러미로 깃털몸을 품어주었습니다.

새끼제비는 너무나 고마워서 한마디 건넸습니다.

“너희들은 헤염을 참 잘 배웠구나.”

새끼잉어 하나가 말했습니다.

“울 엄마에게서 배울 것이 많고 많아. 우린 엄마에게서 물 우로 솟구쳐오르면서 아가미로 공기 속 산소를 받아먹는 재간도 배워야 해. 우린 페활량이 더 커져야 바다로 갈 수가 있거든.”

다른 새끼잉어가 끼여들었습니다.

“우린 엄마에게서 장거리 헤염 치기를 배우면서 바다로 갈거야.”

“그렇게 먼바다로?!”

새끼제비는 놀라서 눈이 튕겨나올 만큼 커졌습니다.

“응, 바다에서 사는 고래춤에서도 배울 것이 영 많다고 엄마가 말씀하셨어.”

찰나에 제비들도 머나먼 강남으로 갔다가 돌아오려면 씩씩한 날개를 키워야 하고 별의별 날벌레들을 저절로 잡아먹을 줄 알아야 한다던 엄마제비의 말씀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습니다.

엄마잉어의 잔등을 타고서 새끼제비는 쉽게 강을 건넜습니다.

따라온 새끼잉어들이 입에 물고 온 물벌레를 내놓았습니다.

“새끼제비야! 엄마제비를 찾는 먼길에서 배고프면 이 물벌레를 먹어 봐. 맛날거야. 힘 날거야.”

배고픈 김에 물벌레 하나를 부리로 받아넘긴 새끼제비는 메스꺼워서 어쩔 줄을 몰랐습니다. 그러나 엄마제비를 찾아가는 먼길에서 뭐라도 먹어둬야 될 것 같아서 주는 대로 다 먹어버렸습니다.

“그럼 새끼제비야! 안녕!”

“잉어엄마! 그리고 새끼잉어들아! 고마워. 안녕!”

엄마잉어 곁에서 새끼잉어들도 은빛 지느러미를 날개처럼 오래도록 휘젖고 있었습니다…

강을 건너선 새끼제비는 으시시 몸이 떨리면서 배에서 꼬르륵하는 소리가 자꾸만 터졌습니다. 이어 속이 메스꺼워서 울컥 토할 것만 같았습니다. 게다가 찬 강바람을 맞고 “콜록… 콜록…” 기침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

한참 날다가 깃털을 맥없이 떨구며 땅에 내린 새끼제비는 와뜰 놀라면서 눈이 화잔등 만큼 커졌습니다.

우중충한 산이 앞을 막고 우뚝 치솟은 것이였습니다. 구름발도 쉬여 넘는 산이였습니다. 산중턱에는 악어입 같은 동굴이 어두컴컴한 아가리를 쩍 벌리고 있었습니다.

겁이 난 새끼제비는 왈칵 눈물이 앞을 가렸습니다.

“엄마야! 난 무서워요! 빨리 여기 와서 날 살려줘요!”

울음소리를 듣고 엄마박쥐가 날아왔습니다.

“새끼제비야, 넌 길을  잃은 게구나. 나에게 업히거라.”

놀라 뒤주춤하면서 새끼제비는 달달 떨었습니다.

“엄마야! 괴물이 왔어요! 날 잡아 먹으려고 해요!…”

혼겁한 소릴 지르던 새끼제비는 그만 넋을 잃고 뒤로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새끼제비를 잔등에 업은 엄마박쥐는 동굴 속으로 휘익 날아들었습니다. 암벽 지붕에 거꾸로 매달려서 그네를 뛰던 새끼박쥐들이 날아와서 떠들었습니다.

“새끼제비가 달달 떠는 걸 봐요. 고뿔에 걸린 것 같아요.”

“새끼제비가 하얀 배를 비틀면서 우는 걸 보니 뭘 너무 먹어서 체한 것 같아요!”

엄마박쥐는 엷은 막으로 된 털가죽 날개로 새끼제비를 포근히 감싸안았습니다. 그리고 새끼제비의 입부리를 벌리고 젖방울을 떨궈주었습니다. 똘랑똘랑 떨어진 젖물 덕분인지 새끼제비가 정신을 차렸습니다.

새끼박쥐들은 찍찍 한결같이 소리쳤습니다.

“새끼제비가 눈을 떴네! 눈을 떴네!”

“너희들은 도대체 무슨 새니?”

나쁜 괴물 같지가 않아서 새끼제비는 용기를 내서 물었습니다.

“우린 새가 아니란다.”

“그럼 새끼쥐들이니?”

“박쥐라고 해.”

“박쥐?! 흡혈박쥐는 사정없이 달려들어 피를 빤다던데…”

언젠가 산속 동굴을 지날 때면 흡혈박쥐를 조심하라던 엄마제비의 일깨움이 들려오는 것만 같아 몸이 으시시 떨리였습니다.

새끼제비의 헝클어진 깃털을 다듬어주면서 엄마박쥐가 입을 열었습니다.

“우린 산열매를 먹고 사는 과일박쥐란다. 무서워마.”

새끼제비는 인차 겁기를 가시게 되였습니다.

어둠 속을 뚫고 나갔다가 눈 깜짝할 새에 돌아온 여러 새끼박쥐들은 산열매를 내놓았습니다.

“금방 따온 산딸기야. 밤이슬이 돋쳐서 싱싱하고 맛날거야.”

“너희들은 캄캄한 이 밤에 산열매를 어떻게 찾았니?!”

깜짝 놀란 새끼제비가 물음을 던졌습니다.

새끼박쥐들이 겨끔내기로 떠들었습니다.

“밤이면 우린 너희들의 눈보다 더 빠른 초음파로 앞을 밝히면서 산열매를 찾는 거야.”

“이런 재간은 엄마의 배 속에서 물려받고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네 박쥐들의 본능인거야.”

“우리가 밤이면 일하고 낮이면 암벽천정에 거꾸로 매달려서 잠자는 특이한 생활방식도 엄마에게서 배우면서 물려받은 특수공능인거고… 엄마의 사랑은 배우고 또 배워도 끝이 없는 교과서와 같은거야.”

“교과서라구?!”

회오에 젖은 새끼제비는 저도 몰래 부르짖듯이 되물었습니다.

“그래그래. 엄마의 사랑은 우리들에게 배움의 길을 활짝 열어준 삶의 교과서인거야…”

이구동성으로 힘찬 목청을 터뜨린 새끼박쥐들이였습니다.

새끼박쥐들이 가져다준 산열매는 소화촉진제처럼 약효가 커서 새끼제비의 체증이 이내 풀렸습니다.

이튿날 새벽, 날이 희붐히 밝자마자 새끼제비는 과일박쥐들의 만류를 물리치고 엄마제비를 찾는 길에 올랐습니다.

엄마박쥐는 동굴 끝자락까지 새끼제비를 바래다주었습니다. 너무나 감격해서 새끼제비는 울음을 물고 흐느꼈습니다.

“박쥐엄마! 너무너무 고마워요.”

그리고 엄마박쥐를 따라온 새끼박쥐들을 부둥켜안고 서로의 잔등을 어루쓸었습니다.

“새끼박쥐들아, 내가 두고두고 잊지 않을게. 안녕!”

“다시 만나자. 새끼제비야. 그럼 잘 가!”

새끼박쥐들은 동굴 밖으로 날아가는 새끼제비에게 석별인사를 띄워보내고 있었습니다.

이 세상을 낳아 키워준 엄마들의 사랑이 넘치기에 대자연은 더욱 살기가 좋다고 새끼제비는 지저귐의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었습니다. 그러니 엄마제비를 멀리하고 조금 날 줄을 안다고 우쭐거리며 배움의 길에서 멀어졌던 새끼제비의 어제날은 더욱 부끄럽고 창피해났습니다. 새끼제비는 이제부터라도 엄마에게서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날기재간을 배우고 또 배우려고 깊이 속다짐했습니다.

사랑으로 꽃피는 하늘품은 끝없는 아름다운 풍경이였습니다. 목화송이처럼 피여나는 구름발이 해살 넘친 동화책을 펼치고 있었습니다. 거기서는 새끼오리가 엄마오리에게서 물고기를 잡는 재간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한페지를 번지면 새끼토끼가 엄마토끼를 따라 장거리를 열심히 뛰고 있었습니다. 또 한페지를 번지면 구름거부기를 타고 오는 엄마사슴이 새끼꽃사슴을 어깨로 받들어서 해님처럼 하늘가에 두둥실 띄워주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앗, 저기 구름발을 헤치면서 엄마제비가 새끼제비를 부르면서 허둥지둥 날아오고 있었습니다. 새끼제비는 섧은 울음이 터져 엄마제비를 부르면서 더 힘차게 날개짓을 했습니다.

“엄마! 이제부터 엄마 말을 잘 듣고 날기공부를 배우고 또 배울래요…”

来源:延边日报
初审:南明花
复审:郑恩峰
终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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