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롱아일랜드》
아일랜드를 대표하는 작가 콜럼 토빈, 그의 소설작 《브루클린》의 속편이며 신작인 《롱아일랜드》는 결혼 위기에 처한 녀주인공이 고향으로 돌아와 결혼과 삶을 재조명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서술의 깊이에 따라 앨리스의 상실감과 외로움, 낸시의 렬등감, 짐의 쟁취와 포기, 자동차 안에서 부부간의 롱담, 남편이 들려주는 새로운 일 등 잔잔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어떤 독자의 말처럼 토빈은 소소한 일상생활을 다채로운 영화나 무대극처럼 표현하는 능력이 있다. 동시에 인물의 내면도 깊이있게 묘사해낸다. 간단하면서도 질서 있는 파편화 된 시공간의 변화를 통해 서로 다른 인물의 부동한 심리를 립체적으로 보여주며 생활과 인간성의 영원한 수수께끼를 깊이 통찰할 수 있다.
◆《배밭》
세상에서 잊혀진 작은 도시, 크림반도의 한 도시의 이름으로 명명된 거리, 버려진 아이와 한 녀자애가 진흙탕 속에서 함께 걸어가고 있다. 이는 그루지야의 녀작가 나나 에트미시빌리가 쓴 소설 《배밭》의 주요 맥락이다. 보건대 평범해보이는 이야기는 저자의 백묘수법과 랭정한 서사로 하여 더욱 가라앉는 느낌이 생겼는데 마치 어둠 속의 한무더기의 그윽한 불처럼 멀고도 가깝다.
저자는 작가인 동시에 감독이다. 그녀의 영화는 현실생활에 관심을 가지고 평범한 일상 세부로부터 사회현상의 근원을 발굴하고 인간성의 복잡성을 투시하는 데 능하다. 이 소설은 비극성이 진하다. 배밭 변두리의 특수학교에 숨어있는 악행에 못이겨 18세 소녀 라일라는 자기보다 더 어린 아이들을 보호하며 함께 이곳을 탈출하려 한다. 그러나 결말은 이미 그의 의식 속에 숨어있었을 수도 있다. 희망도 어쩌면 그 안에 있을 수도. 배밭을 넘어가면 바로 새로운 세상이다.
◆《파비안》
독일의 작가 에리히 케스트너의 자전적 장편소설인 《파비안》, 이 소설은 1920년대, 바이마르공화국 말기의 개인의 운명과 사회적 격변의 깊은 교차를 생동하게 재현하고 있다. 청년 파비안은 베를린에서 제자리를 찾으려다 하루아침에 해고되는 현실을 마주한다. 절친의 사업이 참패하고 녀자친구는 전도를 위해 권세에 헌신한다. 파비안은 점차 시대의 방관자로 전락된다.
그는 자신의 정신적 동경과 도덕적 준칙을 가지고 있었다. 가족의 정과 사랑이 그의 생활을 지탱해준다. 그는 애쓰지만 여전히 사회와 자신에 대해 의심과 반성으로 가득차있다. 근 한세기 전의 글이지만 지금 봐도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 없다. 그것은 고도의 문학성을 가진 서사가 수술칼처럼 한 리상주의자의 상실과 끈기, 절망과 희망을 세밀하게 그려내기 때문이다.
◆《시운》
중국의 작가 위사효의 단편소설 《시운》은 깊은 사색을 불러일으키는 29개의 독립되면서도 서로 관련된 이야기를 통해 풍부하고 다채로운 향진 청년들의 생활을 그리고 있다. 책에서 묘사한 향진의 청년들의 일상은 소소함과 번뇌로 가득차있다. 그들은 날마다 분주히 뛰여다닐 뿐 밝은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 작가는 섬세한 필치로 이런 인물들의 어려운 생활상태와 정신세계를 묘사한다. 바쁘게 살아가는 성실한 농민이든 지나치게 검소한 로총각이든 그들의 처지는 깊은 동정을 주는 동시에 사회현실이 개인 운명에 대한 영향을 사색하게 한다. 이야기는 ‘정서’ 색채가 다분하다. 이런 정서는 현실에 대한 불만과 반항으로 가득차있다. 저자는 유머적이면서도 슬픔과 련민의 필치로 독자들이 웃음 속에서 눈물을, 고통과 무력함을 공감하게 한다.
◆《헌등사》
이는 일본어와 독일어로 글을 쓰는 이중언어 작가, 일본의 다와다 요꼬의 언어 세계가 촘촘히 새겨져있는 소설집이다. 저자의 작품세계는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이후로 큰 전환점을 맞이했다. 이제까지 저자의 작품 속에서 직접적으로 표상되지 않았던 ‘일본’이 전면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압도적인 재난 앞에서 침묵을 강요하는 사회적 압력과 금기를 넘어서 어떤 식으로든 타인의 목소리를 들려주려 하고 그들의 말들을 모으고 나와 타인이 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해내는 것이야말로 소설가에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초현실적인 듯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극히 현실적인 자신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 리기적인 욕심과 한없는 욕망, 감히 저항할 수 없는 전 지구적 재해가 불러들일 지옥도를 예언적으로 성찰하며 장차 도래할 불가해한 미래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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