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나무 (외 5수)□ 김영란

2023-04-21 09:28:18

고향의 종소리

은은하게 지척을 울린다


구름 타고 파도 타고 땅길따라

크고 작은 꿈나무들

뿌리 찾아 한달음에 달려온다


풍상에 헐퀴운 투박한 꽃나무

항상 그 자리에서

피를 덥혀주고 있다


그 속에서 매화가

하나둘 피여난다


꽃내음 짙어진다

종소리처럼 멀리 퍼져나간다

해빛이 화사하게 웃는다.



봄 눈


길 잃은 눈송이

산변두리 혼자 사는

총각집 기웃대다가

돌담 아래 피여난

민들레꽃에게 들켜

뚝뚝 눈물 흘리더니만

바람의 손길에 이끌려

산고개 넘어가버렸습니다

어데로 시집갔는지

다시 오지 않았습니다.



봄친구


눈치 보는 흰 눈꽃을

봄빛이 품어준다


서로의 믿음은 마중물 되여

언땅을 깨운다


땅이 숨쉰다

나무가 숨쉰다

계절이 눈을 뜬다


오 눈송이는

겨울의 친구만이 아닌

반가운 봄친구였네.



꽃과 나비


같은 운명 타고 태여난 우리

봄이라는 품속에

너와 나는 하나 되였네


여름이 오면 사랑의 물결에 떠밀려

나의 향기에 네가 취하고

너의 춤사위에 내가 성숙하네


스산한 가을이 오면

몸속에 잉태한 씨앗 보듬고

산들바람에 몸 눕히네

너는

너울너울 타올라 노을이 되네


거역할 수 없는 겨울이 오면

너와 나의 사랑은

천국에서 카시오페아 오리온

별이 되여 빛나리.



눈 꽃


누가 보낸 선물일가

살며시 찾아와

입맞춤만 살짝 하고

가버리는 너


산에도

들에도

내 맘에도

눈꽃은 피여


선물보따리 풀어보기도 전

눈물이 되여

흐른다


흰 너울 곱게 날리며

시집온 녀인 있었나

하루밤 보내지도 못하고

아리랑 고개 넘어갔나


한이 되여 우는 가슴

천지가 새하얗다


들창가에도

뒤뜨락에도

장독대 우에도.



사랑이 길을 묻는다


바람아 구름아 파도야 말해다오

조금도 가만 있질 못하고

흔들리는 마타리꽃처럼


흩어지는 저 향기 잡아두고

떠도는 저 구름 몸에 두르고

아우성치는 저 파도

가슴으로 품으려니


오, 사랑이여

네 마음속에 길이 있으니

새삼 길을 물어 무엇하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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